여야가 '포스트 코로나' 정국 최대 화두로 떠오른 기본소득제 도입을 둘러싸고 백가쟁명식(百家爭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처음 주장하고 나왔는데 여야 잠룡들이 이에 가세하면서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배고픈 사람이 빵은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 극대화가 정치의 목표라며 기본소득제 도입을 공론화했다. 이어 4일에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사실상 정치권에 공식 논의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여야 통틀어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서울종로)이 이같은 제안에 불을 댕겼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 그에 관한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그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논쟁에 가세했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은 수요부족에 따른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생기는 구조적 경제침체를 정부의 재정조정기능으로 수요역량을 보완해 경제선순환과 지속적 경제성장을 담보하는 경제정책"이라고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권에서도 기본소득에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제는 사회적 배급주의"라며 "실시되려면 세금의 파격적 인상을 국민들이 수용하고 지금의 복지체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4일 "정부의 가용 복지 자원이 어려운 계층에 우선 배분돼야 한다는 개념에 따라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 방안을 집중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합당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던 김종인 위원장이 발표한 '100만원 특별장학금 긴급지급' 제안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언급하면서 기본소득 도입 반대 뉘앙스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한 결과 응답자의 48.6%가 찬성, 42.8%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권에선 찬성48.3%, 반대 45.9%로 조사됐다.
한편, 이번 총선에선 코로나19 상황속에서도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결과는 국민들이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줬다. 국회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차지하는 180석에 육박하는 슈퍼여당이 탄생했다.
반면, 보수진영인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100여 석을 가까스로 건지는 데 그쳤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민주당의 기록적인 압승 통합당의 역대급 참패로 요약되는 데 앞으로 여당이 국회 내에서 개헌을 빼고는 대부분의 법안은 의석 수로 밀어부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원인은 코로나 위기 속 국민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권 심판보다는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서 경제 위기 극복에 매진해 달라는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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