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대전시의회는 대전시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아이러니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인사권은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하는 대전시 수장인 허태정 시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광역의원을 보좌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사무국 인력이 집행부인 시와 대립각을 세우는 지방의회의 꽃인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 등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다른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지방의회 사무처 인력 인사권을 시도지사와 시장, 군수 등 집행부 수장이 갖고 있다.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 한가지. 정책 보좌관 신설이다. 광역의원이라고 한들, 자신이 전공하지 못한 분야를 들여다보려면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 완벽하게 숙지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수조 원대 예산을 세밀하게 살피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이 수년째 반복된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때문에 해당 분야의 박학다식한 보좌관이 광역의원을 돕는다면 그에 따른 업무의 효율성은 배가 될 게 분명하다.
장점만 두드러지는 해당 개정안 불발에 일선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광역의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의원은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의원이 자신이 전공한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를 살필 때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정책보좌관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집행부인 대전시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사권 독립도 대전시장이 아닌 시의회 의장이 갖는 권한이 생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은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하고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이 같은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어쩌면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광역의원들의 편의성을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아니다. 시민들의 세금이 더 나은 방향으로 쓰이려면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
이번 국회 땐 기대감이 크다. 20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처리를 당부했으나 여야 간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 무산됐다. 4·15 총선에서 177석 거여(巨與)로 자리매김한 더불어민주당이 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삶의 질 향상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오명을 씻을 절호의 기회다. 시민들의 권한을 지방의회에 쥐어줬다. 집행부인 대전시를 감시하고 견제하는데 언제까지 눈치를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총선 이후 여의도행 배지를 단 이들은 '무한책임'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이번 법안 통과는 절호의 기회다. 법안 발의부터 통과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지길 바라본다. /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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