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대전원도심과 젠트리피케이션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대전원도심과 젠트리피케이션

금홍섭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 승인 2020-06-07 19:17
  • 신문게재 2020-06-08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금홍섭 원장
금홍섭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젠트리피케이션'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에서 파생된 말로 특정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임대료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기존 거주민, 원주민이 외곽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지칭한다. 8,90년대 도심 재개발 붐도 비껴간 조용한 한옥마을이었던 서울 경복궁 인근의 북촌, 서촌, 북청동은 2000년대 이후 젊은 예술가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서 주변 골목길은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임대료가 급격히 올라, 결국 처음부터 자리 잡았던 젊은 예술가들과 원주민들까지 쫓겨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10여년전부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이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의 범사회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젠트리피케이션 피해를 체감하는 임차인수는 10명중에 8명 꼴로, 상인들의 걱정과 피해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대전원도심 만큼은 예외지역인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몇 해 전부터 이 지역도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지역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소식이다. 대전시와 문화예술인들의 노력으로 대흥동을 중심으로 원도심이 활성화되자 기존 낡은 건물이 헐리고 이 자리에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도시 재생의 첨병역할을 했던 문화예술인들과 기존의 세입자들이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흥동 일대에서는 원도심 활성화에 의미있는 역할을 담당했던 예술인들과 문화운동단체 등이 임대료 등이 오르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타 지역의 경우 어느 정도 원도심 활성화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있는 가운데, 임대료나 관리비가 인상되어 상권 활성화에 기여했던 임대인이나 원주민 등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발생한 사례지만, 대전의 경우 이제 막 지역 상인들과 함께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단계에서 임대료의 급 상승과 신축건물의 난립 등이 배경이되어 원주민이나 임대상인 등이 원도심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대전원도심 지역의 이런 현상은 타 지역에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와 함께 작은상가 및 주거지역 건물을 헐고 집단거주가 가능한 근린생활시설의 무분별한 신축문제와도 관련 있다. 이를테면,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한답시고 1가구당 0.7대였던 주차장요건을 0.5대로 낮추면서, 일명 원·투룸 중심의 근린생활시설이 원도심 일대에 우후죽순 신축되기 시작한 것도 대전 원도심 지역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근린생활시설은 최근 도시재생의 새로운 유형이기도 하다. 비단 대전시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으로 무분별한 근린생활시설의 입지는 젊은층의 인구유입에 따라 주차난, 범죄 등 생활민원이 증가하고 주변일대 상가의 임대료 상승을 유발한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런점에서 대전원도심 지역에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와 해결방법은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이나 전주 한옥마을, 서울의 북촌 등의 지역사례와는 분명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대전원도심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전시가 검토해왔던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통한 임차인의 권리보호를 강화한다든지 건물주,상인,지자체간 상생협약 체결 등의 대책도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밀한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을 통해 무분별한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게 규제하고, 핵심지역 및 시설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당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지원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통해 더 이상 원도심 활성화의 첨병역할을 해왔던 상인들이나 원주민들이 도시 외곽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와중에 대전시도 혁신도시 조성을 비롯 쪽방촌, 철도부지에 추진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후 우려된느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예방을 위해 재개발·재건축·도시재생 지역의 원주민과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문제도 아니다. '하고자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사람은 핑계부터 찾는다'는 필리핀 속담이 있다. 이번 기회에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에어부산 항공기 김해공항서 불…승객·승무원 176명 모두 탈출
  2. AI가 예측한 2055년 설날, 전통과 미래가 만나다
  3. 건설 경기 악화 그늘…종합건설기업 폐업도 폭증
  4. 명절에도 홀로 학교 지키는 당직실무원…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한숨
  5. 설 당일까지 충남 공주·논산·홍성 여전히 대설주의보
  1. 대전서부교육청 "객관성과 전문성 갖춘 학폭전담조사관 모집 중" 2월 5일까지
  2. 상상속 미래 도서관, 한밭도서관에서 만나다
  3. 환율 1500원까지 오르면 국내 건설비 3% 가량 상승
  4.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5년 1월29일 수요일
  5. 충남농업기술원, 딸기 신품종 '조이베리' 품종보호권 획득

헤드라인 뉴스


환율 1500원까지 오르면 국내 건설비 3% 가량 상승

환율 1500원까지 오르면 국내 건설비 3% 가량 상승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도달하면 국내 건설 부문 생산비가 2023년보다 3%가량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실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의뢰해 '환율이 건설 부문 생산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르면 평균 환율이 1305.9원이었던 2023년과 비교해 건설비가 3.34%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철도공단, 한국도로공사, 인천공항공사 등 국토교통부 산하 주요 기관의 500억 원 이상 공사 317개의..

상상속 미래 도서관, 한밭도서관에서 만나다
상상속 미래 도서관, 한밭도서관에서 만나다

한밭도서관은 2월부터 '미래 도서관 도슨트'를 새롭게 운영하고 관련한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한다. 29일 한밭도서관에 따르면 '미래 도서관 도슨트'는 도서관 사서가 직접 도슨트 역할을 맡아, 미래 도서관 체험과 미디어 창작 활동을 위한 공간인 '디지털창작실'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에게 소개하고 안내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밭도서관 2층에 있는 디지털창작실은 터치 테이블, 대형 미디어 월, 디지털북 키오스크 등 최신 기술이 접목된 실감형 체험 공간이다. 또, 영상 촬영 및 편집 등이 가능한 스튜디오와 편집실도 마련되어 있..

명절에도 홀로 학교 지키는 당직실무원…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한숨
명절에도 홀로 학교 지키는 당직실무원…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한숨

"연휴 중에도 학교를 지키러 오지만 휴일 수당조차 없어 임금은 아르바이트 급여 수준입니다." "명절에 차례도 지내고 손녀딸도 보고 싶지만 영상통화로 만족해야죠." 25일 오전, 대전의 한 중학교 당직실무원 A씨는 근무 여건상 명절 연휴에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아쉬움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34년 동안 공무원으로 근무한 A씨는 퇴직 후 지난해 9월부터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지만 형편없는 처우에 혀를 내둘렀다. 당직실무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지만, 정당한 근로시간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잊혀져가는 공중전화의 추억 잊혀져가는 공중전화의 추억

  • 명절 연휴 고속도로의 유용한 정보들 명절 연휴 고속도로의 유용한 정보들

  • 설 앞두고 북적이는 시장 설 앞두고 북적이는 시장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