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예·적금 상품 수신금리가 1%대 이자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0.5%로 인하하자 은행들이 조정에 들어가면서 0%대 상품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먼저 KB 국민은행은 주력 예금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연 0.6%로 0.3%p 내렸다.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먼저 수신금리를 조정했다.
이에 따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은 각각 수신금리 조정을 위한 내부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시 은행 간 눈치를 보면서 다소 (인하를) 천천히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은행권에선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이같이 수신금리 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순이자 마진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은행권 순이자 마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1.46%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NIM은 1.56%로 전년과 견줘 0.15%p 줄었다. 신한은행(0.2%p), 하나은행(0.16%p), 우리은행(0.14%p)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고객 이탈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에서 이자를 내리면 '묵히는 돈'이 돼버리는 만큼 고객들이 돈을 뺄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통계도 있다. 주요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682조2184억원으로 지난 4월말(687조6567억원)과 견줘 5조4724억원(0.8%) 감소했다. 지난 3월말과 대비하면 8조2002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예·적금 잔액은 지난해 7월말 678조3083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적금을 제외한 정기예금 잔액만으로 한정하면 두달새 무려 8조5578억원이 이탈했다.
하지만, 수신금리가 낮아진 데 따른 자금 순환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둔화와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른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또 퇴직연금 수익률이 나빠져 은퇴자들이 현금자산운용이 힘들 수 있는 점도 자금 순환의 어려운 부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엔 은행 예·적금이 가장 손쉬운 저축 방법으로 꼽혔었다"며 "하지만 이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부동산 주식 투자에 나서는 등 점점 돈을 빼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훈희 기자 chh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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