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회장 |
6월은 호국의 달이다. 정확하게 70년 전 6월 25일, 무더위 속 한가한 휴일에 터진 한국전쟁은 전국 곳곳에 수많은 사연과 아픔을 남겨 놓았다. 한국전쟁은 국가의 상실을 염려하게 했고, 선량한 국민에게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삶의 고통과 아픔의 무게를 줬다. 뿔뿔이 흩어진 이산가족이 되기도 했고, 억울한 죽음과 빨갱이 가족이라는 굴레 속에서 어둡게만 살아오기만 했던 기구한 사연들로 얽힌 갖가지 사건들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가슴속 응어리 인체 사라져 버리고 있기도 하다.
대전 역시 그 아픔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쟁 발발 후 이틀만인 6월 27일부터 7월 16일에 대구로 이전될 때까지 임시 정부가 존재했다는 것은 교육을 통해 잘 알고 있었지만, 그 기간에 민간인 학살이라는 끔찍한 사건이 세 차례나 있었다는 것은 대전시민이나 국민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다.
일명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인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이 그 사건의 주인공이다. 학살 대상은 당시 국민보도연맹원과 대전교도소를 비롯한 전국 교도소에서 이송된 재소자였다.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약 1,400명이, 7월 3일부터 5일까지 1,800명이, 그리고 7월 6일부터 17일 사이에 1,700~3,700명 정도가 처형됐다고 한다. 헌병대와 경찰 등에 의해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된 이 사건은 2007년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과 함께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현재 50여 구의 유해만 발견된 상태다. 미 발굴지는 경작 활동과 자연재해 등으로 훼손되고 있어 발 빠른 유해 발굴과 진실 규명이 필요한 상태이다.
5~6년 전부터 한국전쟁 민간인 피해자를 위한 위령 시설의 설치를 위해 행정안전부에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고, 그 뜻을 기리는 시설을 산내 골령골에 설치하기로 했다. 역사공원으로서 한국전쟁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후세대에 의미와 교훈을 주는 이 시설은 국제공모를 통해 더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설계안을 선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공모전을 통해 대한민국과 전 세계 건축인을 중심으로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공유하고 억울한 누명을 진실을 통해 치유하고 새로운 화해를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되길 바랄 뿐이다.
아울러 대전시는 대전 관광의 콘텐츠로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을 적극적으로 개발했으면 한다.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과 배움의 수단이 되는 의미 있는 여행코스로, 대전형무소와 산내 골령골을 연계해 대전이 가진 아픔의 역사를 진실 되게 알리는 것이다. 단순한 추모공원이 아닌 지역민에게는 의미를 지닌 휴식처로 제공해 삶의 질을 풍부하게 하고 대전 시민이나 타지의 관광객에게는 참 의미를 전달하는 공원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했으면 한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를 비롯해 폴란드 아우슈비츠, 베트남 밀라이, 일본 히로시마 등 전쟁으로 인한 곳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과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같은 재해로 인한 곳들이 대표적인데, 매년 이들을 추모하는 관광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현대인의 여행에 대한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한다.
대전시가 추진하고자 하는 ‘대전시기록원’ 건립을 환영하며 자치단체의 기록물뿐만 아니라 민간 기록물도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스토리의 발굴과 보존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며 대전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대전시의 정체성을 확보해 나가길 바란다. 또한, 단순한 기록원이 아닌 문화가 있는 장소로서 시민이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서 볼 수 있는 기억의 장소로 건립되길 아울러 바란다.
김용각 대전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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