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재단 임시이사회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고, 임추위 필수 구성원인 7인을 선발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1차 임추위 구성 불발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현 이사들 다수가 차기 이사에 지원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것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 산하 공기업 인사지침에 따라 임추위 구성은 대전시장이 2명, 시의회가 3명, 현재 이사회가 2명을 추천할 수 있다. 다만 현 이사가 차기 이사에 재응모할 경우는 임추위 구성과 관련해 추천도, 의견이나 의결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걸림돌이 됐다.
대전문화재단의 경우 다수의 이사가 차기 이사에도 응모하려는 조짐이 있다 보니 임원 추천이 불가한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안건 상정 자체가 무산됐다는 게 내부의 설명이다.
문화재단 이사회는 임추위 구성과 관련해 조항 수정 등 재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정리하고 수일 내로 이사회를 다시 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3년의 임기를 채운 현 이사들이 차기 이사 재응모 입장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한 문화계 인사는 "3년 임기 후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응모하는 것도 아니고 연속으로 이사를 맡는 것은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며 "문화재단 이사는 내 입장과 소속 협회·단체의 실익을 위해 발언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전문화재단의 이사는 문화예술인들이 다수다. 그러나 재단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받고 유기적으로 연계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 단체와 협회장들이 대거 이사에 이름을 올려 감시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또 다른 문화계 인사는 "이사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문화재단의 업무를 기획하고 문화정책을 돕는 기구다. 그러나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는 협회와 단체들이 이사라는 점은 결국 예산 나눠먹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차기 이사는 전체적으로 정책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계와 재단 내에서도 이사진 정족수를 줄일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현재 문화재단 이사진은 21명이다. 대전시 행정부시장, 문화재단 대표이사,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3명 당연직, 감사는 2명(이 중 1명은 당연직), 이사 16명이다. 시·도별 정관에 따라 전체 정족수 차이가 있으나, 세종시문화재단 10명(당연직 2명), 충남문화재단 17명(당연직 3명)보다도 많은 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이사가 차기 이사를 응모할 경우 임추위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낼 수 없다는 조항이 맹점"이라며 "수일 내로 정관을 개정하고 임시회를 통해 임추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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