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행정산업부 차장 |
옳은 얘기다. 조직이 혁신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산업화에 한참 늦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된 배경도 따져 보면 혁신을 위한 강인한 의지와 열정에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혁신은 '말'로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기존 관습을 바꾸고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저항도 심하다. 성공 확률도 높지 않다. 기업인이나 공무원이 입버릇처럼 '혁신'을 얘기하지만 결국 중도에서 무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재인 정부도 혁신성장을 3대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심혈을 기울였지만 성과 유무를 따져보면 아쉬움이 크다.
민선 7기 대전시도 마찬가지다. 부서 간 협업을 강조하면 '칸막이'를 낮추자고 강조했지만 여전히 장벽은 존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전형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보여준 사각지대 발생이 대표적이다. 시민과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새로운대전위원회', '대전시소' 등 소통 채널은 늘어났지만, 정작 민원인들에게 시청 문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대전시가 하반기 조직개편을 위해 준비 중인 여성가족국이나 시장 직속 홍보담당관 신설도 '혁신'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인사 독립을 위해 만든 '인사혁신담당관' 폐지 얘기도 돌았다. '혁신'만 내세우다 잦은 조직개편으로 혼란만 가중시켰다.
정책에도 물음표가 많다. 민선 7기 전반기에는 혁신도시 추가지정이나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등 오래된 현안 해결만이 눈에 띈다. '혁신'이라고 느낄만한 새로운 정책이 없다. 코로나19에 대해 대전시가 대응을 잘하고 있음에도 부각되지 않는 것은 혁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 산하기관에 조직혁신 작업도 추진했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개인의 습관을 하나 바꾸는데 1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하물며 조직 관습이나 정책은 더 하다. 허 시장이 확실한 의지를 갖고 밀어 붙이지 않으면 '혁신'은 말 뿐인 게 된다.
허 시장의 말처럼 '혁신'은 현재 사회에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지속적인 혁신 없이는 생존 조차 불가능하다. 이번 코로나19사태만을 봐도 알 수 있다. '혁신'이 이뤄지려면 혁신 주체가 절박함을 느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말이 아닌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 대전시에게 과연 혁신을 위한 간절함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상문 행정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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