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세무사. |
올해 처음으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해 전면적으로 세금이 부과됐다. 그동안 별도의 세금 부담 없이 주택 임대사업을 운영했지만 19년 귀속 소득부터는 일정 세금을 부담하게 된 것이다. 보유 주택 수와 임대 형식, 소득금액에 대한 세금부담의 차이는 있으나 안내던 세금을 내야 하는 납세자 중 일부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주택임대에 대한 과세는 몇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됐다. 같은 임대업종인 상가 임대업은 진작 과세하고 있었고, 종합소득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도 부담하고 있다. 과거 주택임대소득이 노년층의 생계수단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주택 임차인에게 조세부담이 전가되는 문제 등으로 지금의 과세체계로 편입되는 데에 많은 잡음이 있었다. 이런저런 사정들을 고려해서인지 현재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세는 상가임대사업자에 비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벌면 버는 만큼 내야 하는 것이 세금이지만, 사람은 누구나 주변 사람들과 자신의 상황을 비교하게 된다. 누가, 뭘 해서, 얼마나 벌었는데 세금 한 푼 안 냈다는 소리가 자꾸 귀에 들어온다. 얼마 벌지도 못하는 것 같은데 세금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이 상당히 억울하다. 내야 할 세금을 내는 것임에도 뭔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아직도 노출되지 않은 어둠의 소득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소리다.
몇 년 전 자동차영업사원 등 프리랜서 사업자 중 불성실신고에 대한 세무조사가 있었다. 프리랜서는 특성상 수수료를 지급할 때 3.3%의 세금을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보고하기 때문에 대부분 수입금액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수입금액이 일정 금액을 넘어서면 원천징수로 납부된 세액보다 소득 신고 시 결정되는 세액이 급격하게 늘어나 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사업에 사용한 경비가 있다면 이를 장부에 반영해 소득신고를 해 실제로 번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낼 수 있다.
조사 대상자들은 이러한 세무신고방식의 허점을 이용했다. 장부 작성 시 실제로 사용한 경비가 아닌 금액들을 계상해 소득을 과도하게 줄여 신고했다. '가공경비'라고 표현하는 분식회계 수법이다. 조사대상으로 선정되어 세무조사가 진행되기 전까지 별다른 페널티가 없다.
안 걸리면 그만이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불법으로 신고한 사람들과 성실하게 납부하는 사람들 사이의 세 부담의 차이는 엄청나다. 프리랜서들 사이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 세금을 환급받는다는 말이 당연하다는 듯 퍼져있는 것이 이러한 탈세 행위가 만연해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정상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행위가 무조건 납세자의 잘못인가 하면 그것도 조금 무리가 있다. 프리랜서들이 수입을 얻는데 지출되는 실질적인 경비들이 세무 신고 상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영업사원이기 때문에 영업을 위해서는 접대비 형태로 지출되는 경비의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 실질적으로 수입금액 중 접대비에 지출되는 금액이 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프리랜서의 접대비 지출 한도액은 1200만원으로 제한되고 있다. 영업에 필수인 차량을 운행해도 감가상각비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 정도면 억울할 것도 같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세법이 납세자로 하여금 탈세에 대한 강한 유혹을 불러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성실한 세금납부는 누구나 성실히 이행하여야 하는 국민의 의무다. 다만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날카로운 눈으로 감시하고 투표라는 무기로 입법자들과 행정부의 나태함을 견제해야 할 것이다. /이동환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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