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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
자신의 전생을 본다면 어떨까. 전생은 몇 번이나 있으며, 각각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그 전생이 현생에 영향을 미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신작 장편소설에서 전생과 기억을 테마로 다뤘다. 지난해 '죽음'이 국내에 출간된 지 1년 만의 작품으로 원제는 '판도라의 상자(La Boite de Pandore)'다. 2018년 프랑스에서 출간돼 15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소설은 고등학교 역사 교사인 르네 톨레다노가 센강 유람선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에 갔다가 퇴행 최면의 대상자로 선택 당하면서 시작된다. 최면에 성공한 그는 무의식의 복도에 늘어선 기억의 문을 열 수 있게 되고, 문 너머에서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그의 전생을 만나게 된다.
르네는 이 참전병을 비롯해 총 111번의 전생이 자신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여러 기억의 문을 열어본다. 문을 하나 열 때마다 다양한 시대, 다양한 나라에서의 삶이 펼쳐진다. 고성(古城)에 사는 백작 부인, 고대 로마의 갤리선 노잡이, 캄보디아 승려, 인도 궁궐의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일본 사무라이 등이 그의 전생이었다. 그중에서 최초의 전생이었던 전설 속의 섬 아틸란티스에 사는 남자 게브를 만나고, 아틸란티스 섬이 바다 속에 잠겨 버렸다고 알고 있는 르네는 게브를 구하려고 한다. 실제의 삶에서 기억이 그러하듯, 르네가 열어본 기억의 문 뒤에도 보물과 함정이 공존하고 있었다. 르네는 전생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하지만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소설은 인간의 정체성에서 기억이 어느 만큼을 차지하는지, 인간이 어떻게 기억을 만들고 지켜나가는지를 탐구한다. 등장인물들이 기억과 맺는 관계는 흥미롭다. 르네는 일상생활에서는 건망증이 심해서 하던 이야기도 까먹을 정도지만, 최면 속에선 보통 사람은 접근할 수 없는 심층 기억에 도달한다. 르네의 아버지 에밀은 알츠하이머 때문에 점점 기억을 잃어 가는 중이며, 르네에게 최면을 건 최면사 오팔은 기억력이 지나칠 정도로 좋아서 괴로워한다. 르네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역사는 개인이 잊더라도 지워지지 않는 집단의 기억이다. 111개의 전생이 겹치며 만들어 낸 르네의 삶은, 독자들에게도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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