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주 정치부(체육담당) 차장 |
지역 한 경제단체는 시민구단으로 새 출발하는 대전시티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당시 공모주 2억 원(4만 주)어치를 매입했다. 전체 지분의 3.36%에 해당한다. 투자를 통한 수익 목적은 아니었지만, 현재 가치는 2000만 원으로 평가된다.
하나금융그룹이 구단 운영을 맡기 전까지 대전시티즌의 최대주주(지분 40.61%)였던 대전시체육회는 당시 48만2925주를 매입했다. 1주당 5000원으로 매입 금액을 산출하면 24억1462만5000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전시티즌이 기업구단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주식자산 가치는 2억4146만2500원으로 폭락했다.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을 하나금융그룹이 운영하는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새롭게 출범한 지 반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올해 처음 기업구단 유니폼을 입고 K리그2 무대를 밟은 대전하나시티즌은 27일 현재 3승 1무로 리그 1위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승승장구다.
지난 1월 대전하나시티즌 창단식에서 김정태 구단주가 약속한 "국내 'K리그 1(K League 1)'을 넘어 아시아의 명문구단으로 도약할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나금융그룹이 앞장서겠다"고 말한 꿈이 한 발짝 더 다가서는 분위기다.
당연히 잔칫집일 수밖에 없는 대전하나시티즌과 달리 청산 작업이 한 창인 대전시티즌은 초상집(?)이다.
프로축구단 부활을 위해 시민에 손 벌렸던 대전시가 시티즌을 헐값에 매각하면서 뒷맛이 개운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돼 애물단지로 전략하긴 했었지만, 많은 혜택이 하나금융그룹에 주어졌다.
당시 특혜 시비가 일 정도였다. 대전시는 하나금융그룹에 대전월드컵경기장과 덕암축구센터 등 시설운영권 모두를 넘겨줬다. 시민들이 한 주 한 주 모아 밑거름이 됐던 시민주를 대신해 받은 건 양수도대금 7억 원뿐이다.
대전시티즌 부활을 위해 지역민 모두가 팔을 걷어붙여 애지중지했던 시티즌의 결말은 이랬다.
대전시티즌은 지난 1997년 대전과 충청 지역 4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루어 출범했다. 이들 기업이 부도 등 어려움에 닥치자 시민공모주를 통해 2006년 새롭게 시민구단으로 재출범한 프로축구단이 대전시티즌이다.
시민들은 물론 기업체, 사회단체, 학생들은 1·2차 공모에 참여해 118만 9059주, 총 59억 4500만 원이 모이는 데 힘을 보탰다.
지역민들은 금전적 이익보다 희로애락을 함께한 대전시티즌을 살리기 위해 투자했다.
이런 대전시티즌이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하면서 부유한 집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기업은 이윤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한다. 투자도 이익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대전 시민들은 시티즌 부활을 위해 주판알을 튕기지 않았다.
대전 연고 구단인 하나시티즌에게 바란다. 우리 대전 시민들이 대전시티즌에 보였던 애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하기를... 프로축구단 운영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는 '투기'가 아닌 이전 시민들이 보여줬던 의미 있는 '투자'이기를 말이다./박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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