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취임해 오는 10월 임기 끝난다. 취임 초기 PBS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돌이켜봤을 때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보는가.
▲3년 전 '이런 일들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의 희망과 지금 비교하면 20% 정도는 하지 않았나. 남은 건 하는 열심히 하는 데까지 할 거다. 올해 1월 1일 새해 각오가 '임기 전날까지 열심히 일하자'다. 누가 아는가. 열심히 하면 남은 80%도 가능할 수 있을 수 있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출연연 역할에 많은 국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연연의 백신·치료제 개발에 관심 많은데 어느정도 수준까지 왔나.
▲연구회에 온 첫해 우리 사회 국가 차원에서의 큰 문제가 터졌다. 바로 미세먼지였는데, 이 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가, 또 출연연이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가 큰 이슈였다. 아직 완벽하게 해결은 못했지만 과학기술이라는 게 어떤 뭘 했을 때 바로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공기 질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두 번째 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이슈가 터졌고 열심히 대응했다. 그것도 역시 당장 눈에 보이는 가시적 효과는 출연연에선 보이진 못했지만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코로나 19도 똑같다. 소·부·장 땐 이것만 지나면 평상시와 같이 잘 돌아가겠구나 했는데 코로나가 터졌다. 문제는 내년, 5년 후, 10년 후를 보면 국가적 차원 이슈, 전 지구적 차원 이슈가 더 많아질 것 같고 그 많은 이슈가 과학기술의 이슈인 것 같다. 이제는 우리나라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결국은 우리가 상당 부분 책임을 지고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먼지문제가 터졌을 때 그동안 25개 출연연의 미세먼지 연구 상황을 봤더니 지난 5년간 미세먼지 관련 연구에 몇백 억원이 투자됐다. 문제는 25개 출연연이 각자 하나하나 이슈를 맡는 데 문제는 이런 연구결과가 서로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과제는 성공했는데 실제 사회문제는 해결이 안 됐다. 각 출연연이 역할과 임무를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큰 이슈별로 그 이슈를 해결해야 것이 이슈다.
지금까지 역할과 임무는 수직적인 역할이라고 보고 수평적인 역할과 임무가 필요하다. 미세먼지만 하더라도 재작년 각 출연연의 미세먼지 관련해서 역할과 연계 방안을 새로 디자인했다. 그 결과 단순히 디자인하고 끝난 게 아니라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결국 어느 한 기관(KIST)이 그 헤드쿼터를 맡고 그 중심으로 출연연 역할을 조정해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안별 헤드쿼터 기관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인가.
▲맞다. 감염병도 보면 화학연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은 이미 융합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 지금 디자인하는 건 미세먼지와 똑같이 감염병에 대해서도 어느 기관이 연계해서 어떻게 각자의 역할을 떠맡고 어떻게 협력하고 어떻게 성과를 내겠는가 하는 걸 디자인 중이다.
▲코로나 이전 화두 4차산업혁명이다. 문제는 4차 핵심 이슈가 뭔지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 ICT를 사회 곳곳에 활용하자는 정도로 추상적으로 모호하게 4차산업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번 코로나19로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 뭔지 확실히 느끼게 됐다. 많은 실제 세계에서의 활동이 이미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전환이 됐다. 그리고 어떤 활동은 오히려 온라인이 더 중요한 상황으로 바뀔 거 같다.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지만 지금 현재 전통적인 자본주의가 아니라 시장자본주의가 아니라 스마트자본주의로 궁극적인 가치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
-20대 국회 종료되고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있다. 과학기술 관련 법안 처리와 관련해 아쉬운 게 있다면. 21대 국회에서 우선 해결돼야 할 게 있다면 무엇인지도 말해 달라.
▲그래도 우리로선 자축하고 있다. 25개 출연연 감사시스템이 다 다른데 그것을 통합운영해서 감사 체계를 좀 더 체계화시키고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적발의제 감사에서 벗어나서 감사시스템이 연구를 돕는 역할을 할 수 있게 체계를 잡을 수 있게 됐다. 20대 국회에 고마워하고 있다.
앞으로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해야 할 것도 많다고 본다. 저로서는 가장 아쉬운 게 기관장 임기다. 현재 3년인데 사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실제 기관장이 오면 이미 그해 예산은 전년도에 세워졌고, 그다음 해 예산도 기관장 선임 시기에 따라 다음 예산도 본인이 결정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3년 중 일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2년인데 그게 제일 아쉽다.
해외 기관장을 만나서 가끔 서로 대화를 하는데 1년 전 만난 중국과학원(CAS: Chinese Academy of Sciences) 이사장은 11년째 기관을 맡으며 완벽하게 꿰고 있었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는 종신직이다. 물론 장단점은 있다. 오래 하다 보면 타성에 젖고 거만해지고 독선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하다.
-임기 얼마 안 남았는데 기분이 어떤가. 남은 임기 내 계획이나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재밌고 보람된 기간이었다. 평생을 연구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연구는 나를 위해 한 것이었다.
연구회 이사장은 나를 위한 게 아니다. 뭘 해도 나를 위한 건 아니라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내가 하는 일, 내가 생각하는 게 다 옳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안이나 꼭 해야 하겠다는 건 이해당사자와 같이 토론하고 협상하면서 해결하고 개선하려고 했다. 보람된 일을 즐기고 있다.
임기 내 꼭 하고 싶은 게 많다. 젊은 사람들한테 문호 개방하고 싶다. 석사급, 박사급 젊은 연구자들이 많이 와서 다른 경험, 트레이닝하고 경쟁력 높여서 산업체도 나가고 해외 진출도 하고 하는 발판이 됐으면 한다. 더 많은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하나의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다.
미세먼지나 바이러스 얘기했는데 기관끼리의 협력 구도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임기 중에 못하겠지만 출연연 규모도 커져야 한다. 연구 분야 커버를 거의 다 커버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모자라다. 화학연만 보면 미세먼지와 소·부·장, 코로나 연구를 다 하고 있는데 3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 규모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공동관리아파트 활용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인데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공동관리아파트 터를 잘 활용해서 출연연과 시민과 기업이 만나는 장소로 하자는 게 아이디어다. 복합기능을 갖춘 콤플렉스가 되면 좋겠다는 희망이다.
-임기 이후 계획은.
▲깊게 생각 못했는데 특별한 계획 세우진 않았다. 다만 그동안 문화기술, 개념에 쭉 관심을 갖고 있고 전시나 예술기획 이런 것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좀 더 과학과 문화를 좀 더 전파하는, 두 개를 간격을 좁히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출연연에도 그게 필요하다. 문화를 경험·향유해야 연구가 풍성해진다. 대담=오희룡 교육과학부장·정리 임효인 기자. 사진=이성희 기자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경기고 졸업
▲서울대 응용물리학과 졸업
▲미국 메릴랜드 전산학 박사 학위
▲KAIST 전산학과 교수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초대원장
▲문화부 게임문화진흥협의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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