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있다. 멋있고 자상한 아빠, 병원 부원장으로서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능력있는 엄마와 남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폭력에 피투성이가 된 엄마의 모습까지 보게되는 등 충격적인 이혼 과정을 겪는다.
결국 엄마와 살기로 결정하지만 온 동네 사람들과 친구들이 부모의 이혼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지만 고향을 떠났던 아빠가 새엄마와 아기를 낳아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부모는 여전히 자신에게 집착하며 서로를 증오한다.
한창 예민할 사춘기 시기, 평범한 어른도 이겨내기 힘들 일들을 겪은 이 아이는 과연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얼마 전 뜨거운 인기와 관심 속에 막을 내린 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지선우(김희애)-이태오(박해준) 부부의 아들 '준영이'의 이야기다.
영국드라마 '닥터포스터'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충격적인 스토리로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니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마지막회는 무려 31%를 돌파하며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기도 했다.
불륜과 이혼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이 드라마는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부부가 등을 돌리게 됐을 때 얼마나 처절하게 서로를 미워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극 후반부가 되면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이는 바로 그들의 아들 '준영이'였다.
부모의 갈등 사이에서 아이가 느낄 혼란, 두려움, 슬픔….
드라마 초반에는 순수하고 밝은 아이였던 준영이는 극 막바지엔 늘 반항을 일삼고 심지어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는 소위 '문제아'가 돼 버린다.
야구를 좋아하던 천진한 미소의 소년은 어느새 늘 어둡고 불안한 눈빛을 가진, 냉소적인 아이로 변해 있었다. 이런 소재의 드라마들이 부부사이의 갈등을 가장 큰 화두로 다뤘다면, 이 드라마는 결말로 갈수록 어른들의 일로 상처받는 아이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완벽했던 '부부의 세계'가 무너진 순간 아들 '준영이의 세계'도 함께 무너져 버린 것이다.
어느 시청자가 남긴 '이 드라마의 최대 교훈은 부모의 이혼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건 자식이라는 사실을 너무 현실적으로 보여줬다'라는 감상평이 매우 공감이 됐다.
혹자는 '부부의 세계'가 아닌 '준영이의 세계'라고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란다'는 가장 소중한 사실을 자주 잊고 지낸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내며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좋은 부모인가. '내 아이의 세계'를 제대로 들여다 보고 있는가. 나도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처럼 아이들을 내 소유물로 여기며 상처주고 있지는 않을까.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많은 여운이 남는다.
서혜영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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