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살기가 어렵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 되어 도서관이나 고시촌 학원에는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미어터지는가 하면, 또 다른 한 편에는 무위도식(無爲徒食)으로 놀고먹는 백수들도 심심치 않게 있어 안타깝게 하고 있다.
또한 각 도시의 역전 광장이나 지하철 계단에서는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노숙자들이 있어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천부인권을 가지고 태어난 같은 사람인데 삶의 방법이나 마음씀씀이는 어찌 그리 다른 것인지, 보는 이의 마음을 착잡하게 하고 있다. 양극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것을 감안한다면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발버둥을 치는 젊은이들은 얼마나 가상하게 보이는가!
허나 무위도식으로 살아가는 백수나 노숙자들은 얼마나 한심해 보이는가!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백수나 노숙자들을 볼 때 고(故)정주영 회장이 떠오른다.
이봐, 해봤어?
이 말은 책의 제목이자 실제로 정주영 회장이 살아계실 때 회사 간부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기도 하다.
짤막한 말이지만 단호한 말투 속에는 열정과 패기, 자신감과 도전정신, 불가능도 무섭잖게 대하는 긍정적 태도를 보는 것 같아 마음에 와 닿는 경구이기도 하다.
고(故)정주영 회장에 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지만 우리의 마음을 파고드는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1975년 여름, 박정희 대통령이 현대건설의 정주영 회장을 청와대로 불렀다.
"달러 벌어들일 좋은 기회가 왔는데 일을 못하겠다는 작자들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중동에 다녀오십시오. 만일 정 사장도 안 된다고 하면 나도 포기하지요. "
정주영 회장이 무슨 얘기인지 되물었다.
"2년 전 석유파동 이후 지금 중동국가들은 달러를 주체하지 못해 그 돈으로 여러가지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은데 너무 더운 나라라 선뜻 일하러 오는 나라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에 일할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해 왔습니다.
관리들을 보냈더니 2주 만에 돌아와서 하는 얘기가. 낮엔 너무 더워서 일을 할 수가 없고, 건설공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이 없어 도대체 공사를 할 수 없는 나라라는 겁니다."
"그래요? 오늘 당장 가 보겠습니다."
정주영 회장은 5일 후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 박통을 만났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하늘이 우리나라를 돕는 것 같습니다."
"무슨 얘기요?"
"그곳 중동은 이 세상에서 건설공사 하기 제일 좋은 땅입니다. 1년 12달 비가 오지 않으니 1년 내내 공사를 할 수 있지요. 건설에 필요한 모래자갈이 현장에 지천으로 있으니 자재 조달이 쉽습니다."
"물 걱정을 많이 하던데?"
"그거야 어디서 실어오면 되지요."
" 50도나 된다는 더위는? "
"낮에는 천막 치고 자고, 밤에 일하면 될 겁니다."
박통은 즉시 비서실장을 불러 현대건설의 중동 진출에 정부가 최대 지원할 것을 지시했다.
정주영 회장 말대로 한국인들은 낮에는 자고, 밤엔 횃불 들고 일했다. 온 세계가 놀랐다. 달러가 부족했던 그 시절, 30만 명이 중동으로 나갔고 보잉747특별기 편으로 달러를 싣고 들어왔다.
정주영 회장이 중동 사막에서 들었던 횃불은 긍정의 횃불이었다. 그 긍정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임에 틀림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시련을 싫어하고 그걸 피하려하지만 정주영 회장은 시련을 피하려 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정신으로 이겨낸 분이셨다. 어찌 보면 시련을 즐기고 사랑한 분이셨기에 다른 사람들이 불가능으로 생각하는 일들을 가능한 것으로 이루어낸 분이셨다.
그리하여 사후에도 추앙받고 존경받는 위인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현대를 어렵게 살아가는 세인들이여 !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 힘들고 어려운 시련을 마주할지라도,
이봐, 해봤어 ?
정주영 회장의 이 한 마디를 마음에 새겨 어떤 시련도 어려움도 극복해내야겠다.
난관극복의 도전도 해 보지 않고 포기하거나 좌절감에 빠지지는 일은 없어야겠다.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패배자로, 무능한 자로, 전락해 한숨 쉬는 일은 없어야겠다.
이봐, 해봤어?
이 한 마디가 어렵게 사는 현대인들 모두에게 길잡이 등불이 돼 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무위도식하는 백수건달들, 육신이 멀쩡하고 건강하면서도 나약한 정신력 때문에 게을러터져 노숙자 생활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다.
이봐, 해봤어?
이 말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신통력을 가진 것이다.
신화 같은 기적을 만들어 내는 신이 내린 축복의 말, 보물임에 틀림없다.
우리 모두는 제2의 정주영 회장이 되어 개인도, 나라도 위하는 국태민안(國泰民安)에 힘써야겠다
이봐, 해봤어?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선 주식으로 삼는 좌우명이어야겠다.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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