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차기 대권 주자가 8월 전당대회 출마 관측이 커지자 경쟁자들이 속속 몸을 사리는 가운데 평소 선수(選數)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 전대'를 주장해 온 박 의원의 결단에 지역 정가가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8월 말 전대를 앞두고 송영길(인천 계양을), 김부겸(대구 수성갑) 우원식(노원을) 의원 등 당권 도전 이 거론되는 인사들이 잇따라 불출마를 시사하고 있다.
송 의원은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출마 여부가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좀 더 상황을 보고 있다"며 "당의 신망을 받는 이낙연 전 총리의 여러 가지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이 발언을 이 위원장이 전대에 출마하면 본인은 불출마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부겸 의원도 최근 전대 불출마로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내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김 의원은 8월 전대에 나갈 경우 대선 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당권주자로 거론되던 우원식 의원도 이 위원장이 출마하면 불출마를 고민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금까지는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을)만 이 위원장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청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박범계 의원이 앞으로 과연 어떤 행보를 할는지 관심이다. 박 의원은 19일 중도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전대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러 변수가 있어 아직 고민 중"이라며 "6월 초까지는 봐야 한다"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같은 발언은 4·15총선 압승으로 177석 '슈퍼여당'이 된 민주당이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마당에 당권 경쟁이 격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이 총선 직후 가진 중도일보와 인터뷰에서 "힘을 주신 만큼 책임을 묻겠다는 국민들의 지엄한 뜻으로 사료된다"고 여당의 무한 책임론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혁신과 도전을 항상 강조해 온 박 의원의 전대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도 한다. 박 의원은 중도일보에 "야당이 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하는 것 보다 더 진취적인 자세로 민주당이 혁신해야 한다"며 "너무 온건한 질서에만 순응하는 당이어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혁신하는 국민들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권 도전을 위해선 4~5선 이상의 중진 이상이어야 한다는 당 일각의 시선을 반박하면서 전대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은 발언으로 들린다.
한편, 지역 정가에선 2년 전 전대에 도전했던 박 의원이 이번에 당권 재수에 나선다면 차차기 충청권 대표 대권주자로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며 그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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