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장은 경제 정책을 직접 집행하기 보다는 민생 입법을 위한 갈등 조정자 역할에 주력해야 하는 자리로 그동안 여야 협치에 두각을 보여온 박 의원이 적임자라는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이 25일 오전 10시 실시 되는 가운데 충청 출신 6선 박 의원은 19일 후보등록을 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박 의원은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정부기념식에 직접 참석했다. 또 세월호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초선 의원 30여 명을 서울에서 배웅하면서 당내 스킨십을 넓혀 가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협치형 의장'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의 의장 경쟁자는 5선의 김진표 의원(수원무)다. 김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점 등을 들어 코로나19 사태 속 '경제통' 국회의장 필요성에 군불을 때고 있다. 하지만, 경선일정이 다가올수록 코로나19 특수 상황 속에선 경제통 보다 협치형 의장이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선 국회의장은 정책을 집행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대신 민생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어 국민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입법 과정에서 자칫 생길 수 있는 여야 갈등을 조율하는 임무도 최종적으론 국회의장이 맡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코로나 19 속 경제위기 대응은 국회의장이 아닌 경제부총리 또는 관계부처 장관 등 내각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중진 도약 이후 여야 갈등 해결사 역할을 자처해 온 박 의원이 강력한 의장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배재대 최호택 교수는 "국회의장은 정책 입안과 집행이 아니라 만들어진 정책이 빨리 시행될 수 있도록 입법 등에 역할을 하는 자리"라며 "국회의장을 경제논리로 뽑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되며 이같은 위기 상황 속에 국회 수장은 여야 조율 능력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중국에 파견된 정부 대표단장을 맡았고 언론사 재직 시절 홍콩특파원 등을 역임한 중국통과 외교통인 점을 볼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카드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 안팎에선 의장 경선이 다가올수록 여야 통틀어 최다선인 '박병석 의장' 카드에 대한 명분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원내 1당 최다선이 의장을 맡아온 전통을 지킬 수 있고 당내 주요 요직 특정 계파 쏠림 우려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데 반해 경쟁자 김진표 의원은 친문 색채가 짙고 얼마 전엔 친문 김태년 의원(성남수정)이 원내대표로 선출한 바 있다. 명분에서 앞선 '박병석 카드'를 택한다면 177석 거여(巨與)가 자리 다툼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국민 여론도 피해갈 수 있다. 여당 내에서 의장 후보 등록 기간 앞 박 의원 추대론이 솔솔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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