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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길모어 지음│이수지 옮김│창비
작고 여려 보이는 꼬마 의사가 다친 악어들을 치료한다. 한 마리 한 마리 정성껏 돌보는 꼬마의사는 악어들의 딱딱한 등가죽과 크고 힘센 턱을 부러워하며, 치료받은 악어들이 들려주는 '용감한 짐승'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느 날 꼬마의사를 한 입에 삼킬 만큼 입이 큰 악어 '사나운 덩치'가 찾아온다. 꼬마 의사는 자기보다 몇 배는 더 큰 사나운 덩치의 몸을 조심조심 진찰해 보지만 도무지 아픈 곳을 찾을 수 없다. 게다가 꼬마의사가 다가설 때마다 사나운 덩치는 사납게 몸을 움직인다. 사나운 덩치는 치료를 거부하는 걸까? 그렇다면 왜 꼬마의사를 찾아왔을까?
단호하고도 끈질기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꼬마 의사의 행동에 사나운 덩치는 점차 마음을 열고, 마침내 꾹 다물고 있던 입을 벌린다. 그 안에는 플라스틱 고리에 몸이 묶인 새끼 악어들이 있었다.
도움을 구하러 찾아왔음에도 꼬마 의사를 경계하기에 급급했던 사나운 덩치의 모습은 외모 때문에 소외됐던 그의 삶을 짐작하게 한다. 편견 없이 용기있게 나서는 꼬마의사의 모습은 타자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진실한 관계 맺기의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사나운 덩치와 새끼 악어를 괴롭힌 건 작은 플라스틱이었고, 그들을 구해낸 건 꼬마 의사의 작은 손이었다. 누군가를 구할 수도,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는 작은 힘이 자신의 손에 있음을 아이들도 알게 될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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