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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지음│내일을여는책
'나는 광주사람이다. 무등산을 찾는 횟수에 비례해 내가 알아가는 광주의 역사로 두툼해졌다. 무등산 절경을 마주할 때 간혹 광주의 역사를 포개어 보기도 했다. 현대의 광주가 겪은 숱한 좌절은 바위들이 무너진 너덜겅처럼 보이고, 광주가 만들어낸 불굴의 성취는 우뚝 선 주상절리처럼 보였다.'-본문 중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민중들의 끊임없는 항쟁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광주와 전남의 민중항쟁 역사는 곧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이자 뿌리다.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민중들의 항쟁사를 현장 취재로 생생하게 재구성한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가 광주·전남 편으로 시리즈를 여는 건 그러므로 당연한 일이다.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광주·전남편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는 5·18광주민중항쟁을 중심으로 광주전남 지역의 주요 항쟁 기록을 지도와 함께 담았다. '사료' 중심이 아닌 '땅'과 '인물' 이야기가 민중의 항쟁을 생생하게 재구성해 펼쳐 보인다.
책의 주요 무대인 광주와 전남은 1986년 말 행정구역이 분리됐지만 생활, 역사, 여가 모든 것이 한 덩어리였다. 저자는 광주가 전남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한 몸임을 강조하기 위해 본문에는 '광주·전남'이 아닌 '광주전남' 한 단어로 표기했다. 민중의 저항이 조직적인 투쟁으로 발전한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이르는 시대에 중점을 두고, 광주전남의 특수성이 두드러지는 사건들을 선택해서 다뤘다. 모두를 지켜본 무등산, 함평 고구마 피해보상 투쟁, 들불야학 사람들, 유신의 칼에 맞선 전남대의 글, 투사가 된 노래들, 한국사회 모든 뒤틀림의 뿌리로 조명해야 할 여순사건 등을 400여 페이지에 걸쳐 탐색한다.
먼 시대로 느껴지는 1970~1980년대의 항쟁은 아직 수십 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저자는 광주전남의 민중항쟁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든 바로 엊그제의 역사"이며 "그때 쇠파이프를 들었기 때문에 2017년에는 촛불만으로도 권력을 끌어내릴 수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작은 촛불로 권력을 무너뜨린 세대들은 책 속 증언과 지도를 따라 항쟁의 역사와 소통할 것이다. '여전히 모순 가득한 세상'에서 '더 넓고 깊은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필요한 새 출발의 씨앗(이강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 추천사)'은 그 길 위에 심어진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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