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나의 스승으로부터, 나의 제자에게로 이어지는 사제 간의 정(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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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나의 스승으로부터, 나의 제자에게로 이어지는 사제 간의 정(情)

박상희 (대전관평초 교사)

  • 승인 2020-05-13 17:25
  • 수정 2021-06-24 13:47
  • 신문게재 2020-05-15 18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박상희 사진
박상희(대전관평초 교사)
올해는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하여 아이들의 얼굴을 직접 학교에서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교사로서 더 많은 생각이 드는 5월입니다. '학교'라는 공간과 '교사'라는 존재가 단순히 수업을 진행하고 가르치는 것 외에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시간임과 동시에 '원격수업'이라는 큰 변화와 앞으로 불어올 혁신 앞에서 교사들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부는 '원격수업'을 통해 교사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하고 또 일부는 사회가 교사들에게 원하는 것이 '교육'과 '학습'이 아닌 '보살핌'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고 싶고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점이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증 사태로 인한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 오는 것보다 방학을 더 좋아했던 아이들이 이제 종일 집에서 지내고 컴퓨터로 잘 정리된 원격수업을 보는 것에 지쳐 학교에 나와 선생님을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인 변화일 것입니다. 앞으로의 교직 생활과 코로나19 이후의 학교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까닭은 이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을 가장 존경합니다. 그 당시 저를 맡으셨던 선생님들께서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인격자에 가까운 모습으로 모든 것을 잘 알고 계시고 척척 해 내시던 '슈퍼맨'에 가까우셨습니다. 저는 초임 시절, 처음 접한 학교 현장의 여러 모습이 저의 생각이나 예상과 일치하지 않고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기만 했던 그때에도 초등학교 은사님들께 기대고 상담할 정도로 선생님들을 많이 의지했었습니다.

한편으로 스승의 날이 되면 부족하기만 한 저를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고 사랑해주는 제자들도 늘 생각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교사를 '우리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오히려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고 생각하게 해 준 첫 제자들, 교사로서 직장인으로서 울고 웃으며 힘든 시간과 보람을 동시에 얻고 있을 때 늘 제 편이 되어 함께 싸워 준 두 번째 제자들, 새로 부임하는 학교까지 이삿짐도 함께 옮겨주고 스승의 날이면 늘 찾아와 준 세 번째 제자들. 그 외에도 많은 제자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제 목표는 저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의 1/10 만큼만이라도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 멋진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두고두고 매년 1/10 만큼이라도 갚아가며 사제 간의 정을 나누는 교사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초, 중, 고등학생 학부모님들도 많이 있으실 텐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에 대해 무척 고민되실 것입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문자나 전화로 연락한 담임 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미심쩍기도 하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분명히 2020년의 학교도 대한민국의 교사들이 잘 이끌어 갈 것입니다. 아이들이 등교할 때를 대비하여 교사들은 정말 저희가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모두 하고 있답니다.

글을 적다 보니 한동안 사는 것이 바빠 제가 가장 존경하는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 연락드리지 못한 지 꽤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번 스승의 날에는 꼭 한 번 건강하신지 전화라도 드려야겠습니다. 모두 사랑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 따뜻해지는 스승의 날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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