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시장(사진 왼쪽)과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
박 청장이 중구가 배제된 것과 관련해 허 시장에 대해 서운함을 직접 드러낸 가운데 허 시장은 시 결정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대치전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에선 허 시장과 박 청장이 2년 앞으로 다가온 제8회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시장 경선 후보군이라는 점을 들어 벌써 기선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청장은 이날 혁신도시 입지 발표 전 중도일보와 전화통화에서 "허 시장이 제발 이런 식으로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미 결정을 해 놓고 소통부족 속 통보하는 식으로 시정을 운영하면 안된다. (혁신도시 입지 결정을 위한 용역에) 중구는 들어가지도 않았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허 시장이 혁신도시 입지를 동구 역세권과 대덕구 연축지구로 발표하면서 중구를 뺀 것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은 것이다.
박 청장은 "혁신도시가 다른 구(區)로 가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른 자치구를 감안, 비판의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지만 서운함의 속내는 굳이 감추지 않았다. 박 청장은 "하지만, (허 시장이) 중구에는 대안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대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허 시장이 시정을 운영하면서 (구청장들과) 제발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고 보탰다.
이에 대해 허 시장은 균형발전이라는 논리로 응수했다. 허 시장은 이날 발표에서 "대전 혁신도시는 원도심 활성화와 도시재생을 연계한 새로운 모델로, 미래 100년을 견인할 혁신 성장거점으로 구축할 것"이라며 "대전은 신도심과 원도심이 균형을 잡아 다 함께 잘 사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도시 입지 결정이 시내 전 지역이 골고루 잘살게 되는 변곡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대표적 원도심 지역인 중구가 혁신도시 입지에서 제외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언론의 질문에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는 "여러 대상을 상대로 검토했지만 최종 적합지로 충분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면서도 "보문산 관광 단지, 베이스볼 드림파크 등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충남도경청사 부지에 정부청사 신축 등으로 중구에도 공공기관이 유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청장과 허 시장이 지역 현안과 관련해 얼굴을 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까지 둘은 부단체장 자체승진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사사건건 격돌하는 둘을 놓고 지역 정가에선 정치공학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허 시장은 혁신도시 유치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2년 뒤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이 유력하다. 박 청장의 경우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더 이상 같은 자리에 출마할 수 없는 데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가진 그를 둘러싸고 대전시장 도전 하마평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선 허 시장과 박 청장이 민주당 대전시장 경선에서 맞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역 정가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제일·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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