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4월 24일 3면 보도>
박 의원실에 따르면 4·15총선 직후 당내 68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 자택으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과 마음가짐 등에 대해 손수 자필 편지를 써서 보냤다.
이번 총선에서 6선에 성공해 민주당은 물론 여야를 통틀어 최다선으로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 강력한 명분을 가진 중진의원이 정치적 멘토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박 의원실이 공개한 자필편지에는 후배 정치인들이 초선 의원으로서 지켜야 할 이른바 'ABC'가 담겨있다.
편지에서 박 의원은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제가 벌써 최다선 의원이 됐다. 많이 부족하지만 첫 당선자들께 저의 생각을 보내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선 후 등원까지 지역민들에게 대한 감사인사를 성의있게 해야 한다"며 "특히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분들이 섭섭하지 않게 감사 전화를 권고한다"고 구체적으로 조언했다.
박 의원은 이밖에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지역구 관리, 상임위 선택, 보좌진 채용 문제까지 초선의원들에게 맞춤 상담을 해주면서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의원들에게 케이크를 보내고, 식사 자리를 잇달아 마련하면서 통합형 리더십을 어필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최다선이라는 점 뿐만 아니라 보수야당 의원에까지 신망이 두텁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 등 여야가 강대 강 대치전선을 형성하고 있을 때 야당과 물밑협상 때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른바 대야 확정성이 뛰어난 것인데 각종 개혁과제를 추진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 중후반 입법부 수장으로 최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계파색이 옅은 박 의원이 차기 의장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또 있다. 얼마전 끝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권파 친문(친문재인) 김태년 의원(성남수정)이 당선되면서 국회의장은 친문이 아닌 쪽에서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국회의장까지 친문이 맡는다면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 분출이 원천봉쇄 되는 것처럼 비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박 의원과 차기 의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같은당 김진표 의원(수원무)은 2년 전 전당대회에서 친문 진영의 지원을 받으면서 당권에 도전한 바 있다.
박 의원이 충청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충청권이 장관 등 고위직 인사에서 소외돼 온 데 다 2년 뒤 대선에서 전통적 캐스팅 보터인 충청권을 잡으려면 이번에 박 의장을 밀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여당 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충청 출신 박 의원은 20년간 의정활동에서 여야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박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대전 서구갑에 출마, 당선된 뒤 이곳에서만 6전 전승 무패의 기록을 쓴 관록을 자랑한다. 21대 국회 당선인 가운데 여야를 통틀어 최다선이다.
충청권으로선 박 의장이 입법부 수장에 오를 경우 세종의사당과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골자로 하는 혁신도시 시즌2 등 충청 현안 관철을 위한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는 그동안 행정부(세종)와 입법부(서울) 이원화로 갈수록 커지는 국정 비효율을 걷어내기 위한 세종의사당 건립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혁신도시 시즌2와 관련해서도 평소 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여야는 물론 정부에 정책의 조기 시행 필요성을 지속 전달하고 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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