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김수철의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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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김수철의 '내일'

  • 승인 2020-05-11 10:05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경포
연합뉴스 제공
음치, 박치 노래를 지지리도 못하는 내가 '공개석상'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신록이 나부끼는 초여름. 대학 졸업한 그 해 난 백수였다. 오갈데 없는, 소속도 없이 공중에 붕 뜬 상태라고나 할까. 밥벌이도 못하고 그야말로 밥만 축내는 잉여인간이었다. 자존감은 땅 속 지하 100미터 아래 파묻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허둥대던 시절이었다. 신록이 나부끼는 6월. 대학 친구가 결혼하기로 해서 친구 3명과 강릉으로 출발했다. 서울서 만나서 강릉가는 버스에 올랐다. 만원이었다. 주말이어서 길이 무지 막혔다. 가도가도 강릉은 코빼기도 안보였다. 구불구불 산 넘고 물 건너는 대장정이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수다 떨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른 승객들도 여행가는 모양인지 다들 들떠 버스 안이 시끌벅적했다. 지금은 버스를 타면 휴대폰에 머리를 쳐박고 있지만 30년 전이었으니 지금과 달리 정겨웠다. 결국 버스기사가 너무 시끄러웠던지 소리를 꽥 질렀다. 우리는 죄 지은 것마냥 찍소리 못하고 벌받는 학생처럼 입 꽉 다물고 강릉까지 어찌어찌 갔다.

신부화장한 친구는 중국인형처럼 이뻤다. 나는 친구가 왜캐 일찍 결혼하는지 의아했다. 하여튼 예식을 마치고 피로연회장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신랑이 강릉사람이어서 바닷가 잘 아는 횟집으로 안내했다. 신랑 신부와 그들의 친구들은 술 한잔씩 하면서 회를 먹었다. 순박한 우리는 옹기종기 붙어앉아 소곤댔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드디어 노래부르는 타임이 왔다. 그런데 신랑 친구 중 하나가 나를 지목했다. 아니 왜 나를? 난 당황했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 일어나서 김수철의 '내일'을 불렀다. '스쳐가는 은빛 사연들이 밤하늘에 가득 차고 풀나무에 맺힌 이슬처럼 외로움이 찾아드네~.' 당시는 김수철이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싱어송라이터로서 국악에도 관심이 많은 가수였다. 영화에도 출연했다. 노랫말도 시적이었다. '밀고도 먼 방랑길일 나홀로 가야하나~.' 마치 내 심정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또 이 노래를 부른 것은 유일하게 가사를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멀고 먼 강릉까지 가서 못하는 노래를 부르고, 몇십년이 흘렀다. 세월은 유수같다고, 낼모레면 60을 바라본다. 코로나땜에 친구들도 못 만나는 시절이다. 노래나 들어야겠다. 김수철의 '내일'.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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