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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화장한 친구는 중국인형처럼 이뻤다. 나는 친구가 왜캐 일찍 결혼하는지 의아했다. 하여튼 예식을 마치고 피로연회장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신랑이 강릉사람이어서 바닷가 잘 아는 횟집으로 안내했다. 신랑 신부와 그들의 친구들은 술 한잔씩 하면서 회를 먹었다. 순박한 우리는 옹기종기 붙어앉아 소곤댔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드디어 노래부르는 타임이 왔다. 그런데 신랑 친구 중 하나가 나를 지목했다. 아니 왜 나를? 난 당황했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 일어나서 김수철의 '내일'을 불렀다. '스쳐가는 은빛 사연들이 밤하늘에 가득 차고 풀나무에 맺힌 이슬처럼 외로움이 찾아드네~.' 당시는 김수철이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싱어송라이터로서 국악에도 관심이 많은 가수였다. 영화에도 출연했다. 노랫말도 시적이었다. '밀고도 먼 방랑길일 나홀로 가야하나~.' 마치 내 심정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또 이 노래를 부른 것은 유일하게 가사를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멀고 먼 강릉까지 가서 못하는 노래를 부르고, 몇십년이 흘렀다. 세월은 유수같다고, 낼모레면 60을 바라본다. 코로나땜에 친구들도 못 만나는 시절이다. 노래나 들어야겠다. 김수철의 '내일'.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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