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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운 지음│민음사
소설의 배경은 매 순간 잊히지 않기 위한 생존 투쟁이 벌어지는 치열한 연예계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전부이고, 그 이미지를 위해 거짓말과 사기극까지 서슴없이 이루어지는 살벌한 현장. 공상표는 '국민 연하남'으로 각종 드라마 제작사와 영화감독의 러브콜을 받는 인기 배우다. 그는 주변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다. 원치 않는 배역을 기계처럼 연기하는 스크린 속 배우 공상표, 온갖 소문들이 말하는 연예인 공상표. 그리고 공상표는 엄마가 원하는 모습을 한 아들 강은성이기도 하다.
공상표의 반대편에는 독립 영화감독인 연인 김영우가 있다. 퀴어 영화를 만드는 김영우는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연인 강은성을 비난한다. 진짜 모습을 숨기고 보이는 모습에만 집착하는 그를 타박한다. 그렇지만 김영우의 감정에 입봉조차 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잘나가는 배우 애인에 대한 질투심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랑의 끝에서 연인이 나누는 대화에는 질투와 실망이 뒤엉켜 있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인생 필모그래피를 살펴본다면, 온전히 자신다운 순간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 번도 자기 자신인 적 없었던 강은성이 자신과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 말하면서, 소설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힘든 사회에서 외로움을 경험한 모든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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