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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산·김성규·오연경·최지혜 엮음│창비교육
우리는 "밥을 먹기 위해", "한 줄씩 쓸 때마다 한숨 나는" 이력서를 쓰고(오은, 「이력서」), 비정규직으로라도 "더 일하게 해 달라는 절규"(황규관, 「비창」)로 가득찬 현실에서 매일 일하며 살아간다. 일하는 사람의 땀은 마를 겨를이 없는데 땀의 보람과 성취를 맛보기는 어려운 현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천차만별의 방식으로 고용돼 정직하게 땀 흘리며 살아간다.
책 『땀 흘리는 시』는 '일', '노동'을 테마로 2000년대 이후에 발표된 시를 모은 시 선집이다.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59편의 시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다. 그 삶에는 일과 생존의 문제, 일의 가치와 보람은 물론이고,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외와 울분, 슬픔이 스며 있다.
사람들이 흘리는 정직한 땀방울을 따라가며 "젓가락마다 어떤 노동이 매달리는"지(신용목, 「붉은 국수를 말다」) 마주하는 순간, 내 한 몸에 주어진 오롯한 힘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두리번두리번 챙겨 가지 못한 나를 찾아보"며(박성우, 「건망증」) 세상과 정직하게 만나는 방법이 바로 노동임을, 그리고 우리는 노동을 통해 자기를 먹이고 식구를 거두고 "이 지상에서의 힘든 노역은 제발 저희 대에서 그치게 해" 달라고(이시영, 「하싼」) 기도하며 공동체의 꿈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모두 노동자임을 다시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가혹한 노동 조건과 각박한 삶 속, 시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게 할 뿐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갈 좋은 세상에 대한 고민을 절실하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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