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자살, 문화적으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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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자살, 문화적으로 해결해야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5-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일생 계획은 어려서 있고 일 년 계획은 봄에 있으며 하루 계획은 새벽에 있다.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 아는 바가 없으며 봄에 밭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게 없고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 힘 쓸 바가 없다.(一生之計 在於幼 一年之計 在於春 一日之計 在於寅. 幼而不學 老無所知 春若不耕 秋無所望 寅若不起 一無所辦.)"

명심보감 입교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요즈음으로 치면 초등학교 과정에 배우는 것이라, 한국인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시작이 없으면 끝 또한 없고, 계획이 없으면 결과 또한 없다.

문제는 계획이 있어도 원하는 바대로 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세상사가 만만치 않다. 의도하지 않은 돌발 사태가 일어나는 것도 부지기수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좌절하게 되고 상실감에 빠진다.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많은 것을 잃기도 한다. 한 발 더 나가, 꿈이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다. 절망에 이르기도 한다. 그를 통해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좌절과 절망이 아니라도, 누구나 한 번쯤 생사에 대한 질문과 고뇌에 골몰해 보지 않았을까. 어찌 붓다만 생로병사에 의문을 가졌으랴. 인생이 달콤하기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픔과 고통, 고뇌가 곧 인생이 아닐까?



각 지자체의 자살 예방 캠페인을 접하게 된다. 3 ~ 5월이 자살 고위험 시기라 한다.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 있다. 각종 질병이나 사고에 앞서 사망원인 1위가 되었다. 자살률이 16년째 세계 1위라는 언급도 있고, OECD국가 중 1위라는 보도도 있다. 1997년 IMF 지원 시점부터 급격히 자살률이 증가하기 시작,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8년을 비롯하여 카드 대란이 있었던 2002 ~ 2003년, 취업대란이 있었던 2008 ~ 2009년이 더욱 심했다.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어떠한 성취나 과정보다 배고픔이 원초적 문제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분석도 제각각이어서, 야수적 시장경제체제가 수반하는 필연적인 결과로 보기도 한다. 무한경쟁, 최악의 빈부격차, 사회안전망 결여 등의 결과로 보는 견해이다. 언론 매체의 빠짐없는 보도로 인한 모방 자살, 베르테르 효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우리 정서상 자살문제는 상대적 관계보다 절대적 정서가 더 강하다. 각설하고 경제적 위기가 일조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코로나19 그림자가 어디까지 드리웠는지 알기 어렵다. 더구나 지난 몇 년간 경제 침체에 시달려 왔다. 에둘러 표현하고 있지만, 경제가 엄청난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7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의하면, 3월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9.5만 감소했다. 계절 조정 취업자 증감에 따르면 전달대비 68만 명이 감소한 수치로 통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최대치라 한다. 거기에 세계가 모두 경제위기를 전망하고 있다. 재정 운용으로 해결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총체적 경제 침체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불안과 스트레스,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생명 경시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그러함에도 우리 정치는 안개 속이어서 난망하기 이를 데 없다.

세상에 대한 분노로 학창 시절 극단적인 생각을 한 일이 있다. 운이 좋았을까? 좋은 스승을 만난 탓일까? 보잘 것 없는 우문에 진지하게 대해 주셨다. 교육심리 교수는 자신도 생사 문제의 본질에 접근도 해답도 얻지 못했다면서, 열심히 살다 보면 운이 좋은 사람은 알 수도 있다고 했다. 알지 못하기는 지금도 변함이 없으나, 지혜로운 말씀으로 다가와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한국화 지도교수는 더 성찰하라며 헤르만 헤세가 쓴 『싣달타』를 건네주셨다. 알다시피 고타마 싯다르타는 석가모니의 아명이다. 헤르만 헤세가 본 싯다르타로 불교계는 본질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비판한다. 싯다르타가 일생 진리를 얻기 위해 헤매다, 강에게 묻고 들으며 도를 얻어가는 이야기다. 끝없는 질문의 연속 또한 참인생이 아닐까.

어떠한 경우라도 죽음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생명의 소중함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누구나 끊임없는 성찰이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감정이 성찰이 되고, 성찰이 다시 좋은 감정으로 이어진다. 양질의 문화로 안착되는 것이다. 자살도 어떠한 경우보다, 사회문화에 깊은 관련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갈등 조장이 횡행해서는 안 된다. 서로 적대시하고 원망과 비난 일색인 문화가 공고해지는 한 자살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국난극복을 위한 여타 정책에 앞서, 정부의 문화적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때로는 잘못된 계획일 수도 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계획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상책이다. 단지 성찰이 필요할 뿐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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