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나마스떼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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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나마스떼 네팔

  • 승인 2020-05-07 14:52
  • 수정 2021-06-24 13:47
  • 신문게재 2020-05-08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20200508 나마스떼 네팔 (충남외국어고 교장 이종혁)
이종혁 충남외국어고 교장
네팔 교육봉사단으로 가셨다가 끝내 주검으로 돌아오신 네 분 선생님을 생각하면 목이 메인다. 사고 이후 수많은 비난과 편견 앞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는데, 이제 허망한 죽음으로 돌아온 네 분의 선생님들이 하고자 했던 교육봉사단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꼭 하고 싶다.

처음 네팔교육봉사단의 사고 뉴스를 보다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며칠 전에 봉사활동을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나눈 이선생님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실종 소식도 가슴을 저미게 하였지만, 인터넷 댓글을 도배하는 숱한 말들은 비수가 되어 몸과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 고통이었다.

교육봉사형 해외체험연수는 교원들이 저개발국가(몽고, 인도네시아, 라오스, 네팔)에서 교육봉사를 통해 자신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고, 상대국의 문화체험을 통해 세계시민교육 역량을 키우기 위해 충남교육청이 실시하는 새로운 유형의 해외연수프로그램이다.

작년에 나도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10명의 한국 교사와 함께 네팔 간드룩 지방의 한 초·중등학교(Shree Meshram Baraha Secondary School)에서 봉사활동을 하였다. 이 학교는 네팔의 안나푸르나 산군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해발 2000m 위치에 있으며 초·중등학생 240여 명이 재학하고 있다.



가파른 비포장 절벽 길을 굽이굽이 돌아 도착한 학교는 천장이 다 무너져 내릴 것만 같고 교실에 전등도 없어 어두컴컴하였다. 하지만 우리를 반기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초롱한 눈빛은 햇살처럼 환한 조명이었다. 너무도 친절하고 밝은 얼굴들을 만나면서, 흙먼지로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달리는 지프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만 같아 두려웠던 마음이 싹 가셨다.

방학 중에도 불구하고 두 시간 넘게 산길을 걸어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우리 봉사단은 이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못하는 음·미·체와 대화가 가능한 수학을 가르쳤다. 또한 한국의 전통 놀이를 전수하고, 자신의 그림을 넣은 에코백을 만들어서 학교 가방으로 선물하니 무척이나 좋아했다.

우리가 준비한 오카리나를 배워서 율동과 함께 아기상어 등 인기 동요를 연주하는 학생들은 마냥 행복한 모습이었다. 마지막 날 감사 편지를 받은 우리 음악 선생님은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하였다.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고 흥이 많은 친구들에게 음악 수업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웠기 때문이었다.

봉사활동 기간 내내 우리는 교육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교육으로 한 학생의 인생이 바뀌고 그 중심에 교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교육을 위하여 우리 스스로 더욱 발전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었다. 교육봉사활동 후에는 신비로운 히말라야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탐방하며 환경보호와 문화유산 보전을 통한 지속가능발전교육에 대한 성찰적 고민을 하는 경험을 하였다.

티 없이 밝은 눈빛으로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학생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성숙한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이번 사고로 인해 교육봉사형 해외체험연수단의 취지와 가치가 폄훼되지 않기를 바란다. 보다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네팔의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나누기를 꿈꾸었던 네 분 선생님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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