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지사관사촌 테미오래 1호관 역사의집에서는 시인 박용래 대전문학기록 아카이브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
동방신문은 1950년 대전 유일의 신문사였다. 박용래 시인의 까마귀처럼은 시집이나 전집에서 실리지 않은 희귀 시다. |
대전광역시 중구에 있는 ‘테미오래’가 6일 정식 개관한 가운데 제1호 역사의 집 '시인 박용래, 대전문학기록 아카이브 특별전-숨은 꽃처럼 살아라' 상설 전시에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희귀 문학자료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한국작가회의 대전지회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눈물의 시인 박용래 선생을 테마로 시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동방신문' 1950년 3월 14일 지면에 실렸던 '까마귀처럼' 시는 대중들에게는 처음 공개되는 자료다.
지면에는 '신춘향토시선'이라는 타이틀로 박용래 시인의 까마귀처럼 전문을 담고 있다. 이 시는 시집이나 전집에는 수록되지 않은 시로 대중에게는 낯선 시다. 동방신문은 당시 대전의 유일한 신문사였는데 6.25 폭격으로 소실되면서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자료는 더욱 귀하다.
전시자료를 준비한 김현정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는 "당시 박용래 시인과 호서문학의 중추 역할을 했던 송석홍 시인, 대전중학교 교사였던 원영한 시인들의 시도 동방신문에 함께 실렸다. 이 자료는 국립중앙도서관 마이크로필름을 통해 찾았다"고 말했다.
박용래 시인의 시 구절의 오류를 잡아낸 자료도 처음 공개됐다.
새벽 시의 끝행의 오류를 잡아낸 '동백' 동인지가 공개됐다. |
박목월 시인의 도움으로 펴낸 박용래 시인의 첫 시집 싸락눈. |
박용래 시인의 '새벽'이라는 시 끝 행은 그동안 '밤을 흔들다'로 전해져 왔다. 그러나 1946년 동백시회가 발행한 '동백' 동인지 창간호가 발굴되면서 '밤을 흔들다'는 '방울 흔들다'라는 시 구절이었음을 확인됐다.
동백 창간호는 대전대 영문과 교수였던 김용재 시인이 입수한 것으로 현재 대전문학관에서 소장하고 있고, 박용래 시인 특별전을 위해 테미오래에 전시돼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박용래 시인은 1955년 현대문학에 '가을의 노래'로 박두진 시인의 첫 추천을 받고, '황토길', '땅' 등 3회 추천 완료되면서 문단에 데뷔했지만 어려운 형편 속에서 시집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등단 후 13년 만에 첫 시집 '싸락눈'을 출간하는데, 이는 박목월 시인의 도움이 컸다.
1969년 출간된 초판집이 전시돼 있는데, 출간 비하인드는 영상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헌오 시인은 박용래 시인과의 에피소드에서, "박용래 선생과 친분이 있었던 박목월 시인이 당시 청와대에서 시와 문학 수업을 하셨다. 육영수 여사가 박 시인에게 사례비를 주려고 하자 이를 거절했다. 대신 지방에서 시를 잘 쓰는 시인들이 있는데 책을 낼 수 없어서 안타깝다. 이들이 책을 낼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영부인은 박목월 선생의 제안에 성심껏 도와드리겠다고 이야기 했고, 그 후 첫 번째로 나온 시집이 박용래 선생의 싸락눈"이라고 회고했다.
김현정 교수는 "대전을 대표하는 문인은 박용래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까마귀처럼 등 시민들에게 새롭게 공개하는 자료도 있고, 박 시인의 생애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문학자료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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