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문은현 서기관 |
동화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땀 흘려 튼튼한 벽돌집을 지은 셋째 돼지를 바람직하게 보는 것은 우리의 시선이 고정관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동화와 달리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누구나 원한다고 벽돌집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우리의 일상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둘러싸이고 있다. 지진, 해일, 태풍, 각종 전염병, 재해 또한 최근에는 코로나19 경우를 볼 때도 평상시 대수롭지 않고 넘어갈 문제들이 그 위기로 인해 우리의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윗글에서 나오는 돼지 세 형제의 동화처럼 누구나 원한다고 벽돌집을 지을 수 없는 노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난민, 불법체류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재난의 상황 속에서는 불평등의 차별 문제가 더욱 참담하고 치명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는 재난이 발생하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어렵고 곤란한 상황에 부딪힌다.
1995년 일본 한신 대지진 때에도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고 재일교포와 유학생 등이 많이 거주하던 고베시 나가타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다. 코로나19의 한국에서도 사망 측면에서 노인 빈곤층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코로나 19가 진행 중일 때 대남병원과 칠곡 밀알사랑의집에서 발생한 장애인 집단 감염과 관련해 지난 3월 3일 '과도한 장기입원과 건강관리 소홀, 채광과 환기가 원활하지 않은 시설환경, 적절한 운동시설의 부족'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열악한 거주환경이 바이러스 확산의 '숙주' 구실을 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아기 돼지 세 형제 이야기의 주요한 교훈은 미래를 대비해 성실하고 영리하게 집을 지었던 막내 돼지를 본받자는 것이다.
그러나 시작하며 말했던 것처럼 현실에서 우리는 모두 벽돌집에서 사는 것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지푸라기 집에 살 수밖에 없거나 자신을 보호해줄 집조차 없는 취약한 상황에 몰려 있다. 왜 진즉 튼튼하게 집을 짓지 않았느냐고, 그것을 개인의 무능력과 게으름이라고 탓한다면 결국 또 다른 늑대나 강풍이 나타났을 때 다시 누군가의 삶은 무너지고 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모두를 위한 튼튼한 안전망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물음과 요구가 향해야 하는 것은 개인들이 아니라 구조와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기 위해 국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더욱 안전한 사회 시스템 확보하여 재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이 평등사회로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차별금지법은 한 사회가 소수자 대하는 태도의 마지노선을 긋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한국 사회가 차별을 당하는 집단과 어떻게 공존하며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규범적인 법이라고 생각한다.
인권은 누군가 시혜적으로 베풀어주는 선물도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인권은 지금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다른 것을 위해서 언제든지 포기되고 밀려날 것이다.
하지만 인권은 이 사회에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약속이며, 따라서 누구나 '당연히 요청할 수 있는 권리'로서 존재해야 한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똑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났으므로 서로를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선언에 대해, 지금 우리는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부터 한 번이라도 더 말하고 주변에 알려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문은현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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