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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우 지음│철수와영희
『어느 돌멩이의 외침』은 신간이되 신간이 아니다. 월간 『대화』에 1977년 초 연재, 1978년에 책으로 출간된 뒤 노동자 문학의 고전에 오른 역사적 기록이다. 1970년대 말 유신정권 시절의 대표적인 금서로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하는 이들과 대학생 사이에서는 3대 필독서 중 하나였다. 당시 책은 출판되자마자 공안 기관으로부터 판매 금지를 당했다.
책은 1984년 '청년사'에서 두 번째로 출간됐다. 1980년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이고 집권한 이후 폭압적인 공안정국으로 일관한 전두환 신군부 정권이 이른바 유화정책을 시행했을 당시다. 이후 1990년대 초까지 출간됐으나 절판됐다. 그리고 2020년,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70년대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면서 어렵게 지키려 했던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전태일 50주기 공동출판 프로젝트'의 세 번째 책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책에는 1970년대 초반 인천 부평의 외국인투자기업인 삼원섬유에서 일했던 저자가 노동 착취를 일삼는 회사와 맞서 싸우면서 동료들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 담겼다. 1973년 1월부터 1975년 4월까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켜내면서 겪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기록된 이 책은 1970년대 참혹한 노동 현장과 열악한 현실에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노조 활동 과정에서 동료들이 보여준 인간답게 사는 길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옳지 못함에 대한 굽힐 줄 모르는 투쟁을 통해 깊은 감동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과, 더불어 사는 일이 어떤 것인가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어려움 속에서 노조를 만들고 조합원들과 함께한 노조 활동은 저자에게 삶의 길잡이가 된 소중한 체험이었다. 한 젊은이가 온갖 고난을 뚫고 주체적 인간으로 서기까지의 과정을 감동 깊게 서술한 삶과 투쟁의 기록은, 여전히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자신을 지키기 어려운 현실에서 다시 읽어야 할 가치로 빛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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