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하긴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온통 바뀌어버린 우리네 일상에 비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기는 하지만.
그런데 나무 위가 하얗게 변한 반면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서는 하양이 줄어든 느낌이다. 다시 보니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도 눈에 띄고 더러는 색깔 있는 마스크를 하기도 했다. 코로나 19와 관련해 국내 상황은 확진자가 10명 이하로 줄어들었고, 생활방역을 거론하는 상태이니 마스크 벗을 수도 있고, 또한 부쩍 더워진 날씨에 마스크가 갑갑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하간 무엇인가에 익숙해진다는 게 참으로 대단하고 무섭기 조차 하다. 두어 달 이상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다니다보니 어느 새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 오히려 다른 모습으로 도드라져 눈에 들어오니까 말이다.
몇 년 전부터인가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대한민국 멋쟁이(?)들은 까만 색 마스크로 멋을 내기 시작했고 어느 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패션 아이템으로까지 되어버렸다. 그러기 전에는 우리도 아플 때, 혹은 병원이나 분진이 많은 작업 현장에서나 마스크를 썼으니까, 서구 사람들이 마스크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 19 초기 중국을 여행한 한 가족이 어린이 한 명을 빼고 모두 감염되었는데 그 어린이만 여행 내내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는 뉴스에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생각한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마스크에 익숙해진 우리의 상황은 COVID-19 방역에 크게 기여했다.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모두가 안전해야 나도 안전하다는 차원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까지 담을 수 있었다. 게다가 해외입양인들에게도 마스크를 보내주었다니 참 잘했다.
더욱이 마스크에 저항했던 나라들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써야하는 방침으로 변경하고 있다니 새로운 표준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절대적인 정상(normal)이란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자기와 다르다고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사실 마스크는 무엇을 가리고 무엇으로부터 보호하는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 병원, 연구소, 산업현장 등에서는 대상자나 근무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이지만, 범죄와 관련해서는 가리고 드러내지 않기 위함이니까 그 사회에서 마스크 착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각기 다를 수 있다.
필자도 마스크와 관련해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자기 입술이 아주 밉게 생겼다는 생각에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학교생활에도 어려움을 보여 정신과에 입원했던 여학생이 있었다. 그런데 치료를 받으면서 마스크를 벗게 된 그 학생의 입술은 결코 가리고 다녀야할 만큼 밉지 않았다. 드러내기에 두려웠던 것은 아마 그녀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출퇴근 때도 마스크를 쓰고, 회의할 때도 마스크를 쓰는 등 일상이 되다보니 은근히 편한 점도 있다. 굳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이다. 물론 어째도 완벽 화장을 하고 마스크 빼면 또 얼굴을 다듬는 부지런한 여성들도 있지만 조금만 마음을 내려놓으면 그냥 민낯으로 마스크 속에서 안주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슬며시 고개 드는 것은 가리개 속에서 자기에게만 몰두하는 생활이 강조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 마음이다. 특히 온라인 수업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신경 쓰인다. 와이파이 공간을 찾아 외부 공간에서 수업을 듣느라고 그랬다면 다행이지만, 자기 속으로 숨어버리는 은둔이나 차단의 징표라면...
감염병 예방이라고 거리두다가 자칫 정서적으로 혼자 지내는 게 너무 좋아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쓸데없는 걱정이기를 바란다./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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