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7080시대’는 예술의 르네상스였다. 미술과 문학, 음악 등 각 분야의 예술가들은 대전을 요람 삼아 창작의 근원지로 살아갔다. 박용래 시인과 이동훈 작가, 민경갑 작가는 사후에도 여전히 불멸의 존재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그들의 생애와 예술적 혼을 따라가 보자. <편집자 주>
산 1993 그림=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 |
③한국적 추상화 그리고 산의 화가 민경갑
민경갑 작가의 호는 '유산(酉山)'으로 1933년 충남 계룡에서 태어났다. 대전고와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했고 1972년 최연소의 나이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초대작가가 됐다.
민경갑 작가는 초창기 한국화를 그리다가 당시 시대적 풍조였던 추상에 몰입한다. 민 작가가 미대를 다니던 그 무렵에는 세계적으로 질감을 내는 풍조에 몰려 있었다. 이후 2차 대전 후 모든 형상이 구상이고 관계없이 하나의 정신세계의 본질을 만드는 추상표현주의가 등장한다.
민 작가는 2017년 '명불허전' 인터뷰에서 "추상이 한국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7년간 추상화를 하다가 내려놓고 더 공부해서 한국화의 새로운 풍조로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이후 상파울루비엔날레에서 새로운 질감으로 내놓은 한국 추상화는 극찬을 받으며 민 작가의 명성을 세계에 알리게 됐다. 한국화의 전통화법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채색 한국화의 대가의 길을 걸어왔다.
민병갑 작가의 그림에는 '산'이 등장한다.
스스로 닭띠에 계룡산 태생임을 밝힌 작가는 호를 유산이라 지을 만큼 산에 빠져든다. 산에서 봤던 개념적인 것뿐 아니라 재해석된 특별한 산을 담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민 작가는 "심산 노수현 선생님께 산을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여쭸더니 산을 자주 타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이후 정상에 올라보니 산의 맥이 보였다. 포근하고 불이 나도 인내해서 재생되는 저 산, 온화하고 완만하고 푸른 산을 그려야겠다"고 명불허전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렇게 한국 추상화작가이자 자연과 산의 작가이기도 한 민경갑 화가의 그림 세계는 확고한 개념과 틀을 갖고 영원히 남게 됐다.
민경갑 작가는 2018년 12월 30일 작고했다. 한국화의 전위 그룹인 묵림회를 창립했다.
한편 민경갑 작가의 유족들은 대전시립미술관에 2019년 20점의 작품을 기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새숲산 1987 그림=대전시립미술관소장품 |
연작3 제작년도 미상 그림=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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