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공자 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대전의 한 재개발사업장에서 조합 관계자에게 지역 업체 시공권 확보 가능성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조합관계자는 지역 업체가 참 집도 잘 짓고 좋기는 하나 조합원들이 대형 브랜드를 더 선호해 어쩔 수 없어 아쉽다고 머쓱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대전시 지역 업체 참여 인센티브' 제도를 아직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상세히 설명 후 다시 한번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질문을 마치고 일어날 때 조합관계자는 '미안하다'고 까지 말했다. 강요할 수도 없고,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라 '아닙니다'라고 웃으며 답변했지만 씁쓸함은 감출 수 없었다.
또 다른 사업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긴 했다. 그러나 역시 대형 건설사가 우선됐다. 많은 개선이 이뤄진 제도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기대했던 탓일까. 의외의 반응들에 아쉬움이 남았다.
올해 대전시는 지역업체가 정비사업에 참여하면 비율에 따라 용적률 14~18%를 올려주는 기존의 계획을 기준용적률(10%)에 허용용적률(5~20%)을 합해 15~30%까지 상향시킨 지역업체 참여 인센티브 제도를 내놨다.
참여 비율에 따라 80% 이상이면 허용용적률 20%를, 70~80% 미만일 경우 19%, 60~70% 미만 18%, 50% 이상~60% 미만 17% 등을 더 주고, 참여 비율이 50% 이상일 경우 '종 상향'도 가능케 했고, 심지어 지역 업체가 참여만 한다면 용적률이 상향되게 해놓았다.
이번 제도는 기존의 제도보다는 확실히 개선됐다. 그러나 지역 내 정비사업장에서 인센티브 제도를 장착한 지역 건설사는 대형 건설사에 치이고 치이는 '찬밥' 신세다.
실제 제도의 첫 시험대가 될 동구 대동 4.8 재개발 사업에 지역 업체는 단 한 곳만이 도전했다. 앞서 많은 건설사가 사업 참여에 대한 의지를 보였으나, 강력한 대형 브랜드 두 곳이 손을 잡고 시공권 도전에 나서자 지역 업체를 비롯한 건설사들이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조합도 이에 발맞춰 컨소시엄 제한을 2개사로 제한했다. 대형 건설사 컨소시엄을 받아들이기 위한 조합의 입찰 조건이라고 지역건설업계는 분석했다. 대전시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제도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대형건설사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 또는 독식을 위해 건설사 간 담합이 이뤄지고 있기에 제도 자체가 아무리 좋아도 의미 없다"고 했다. 대전시가 아무리 좋은 제도를 내놔도 이런 불공정 행위를 막지 않는 이상 지역 업체 활성화는 먼 나라 얘기라는 것이다. 봉생마중(蓬生麻中)이라 하지 않았나. 지역 업체를 키우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도 중요하다. 대전시의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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