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선병원 부인암센터 산부인과 변승원 전문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골반장기탈출증 중 대표적 질환인 자궁탈출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2만1161명에서 2019년 2만5942명으로 9년간 약 22.6% 증가했다. 자궁탈출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심한 경우 소변과 대변을 못 보게 될 수도 있지만, 치료 방법은 간단하며 일상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자궁에는 자궁천골인대, 원인대, 넓은인대, 방광자궁인대 등 인대 조직과 자궁방조직(자궁을 둘러싼 섬유성 조직) 등 다양한 인대 조직들이 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이 인대 조직들이 자궁을 골반뼈 정가운데에 있게 해준다. 그러나 자연분만과 노화 등으로 이 인대 조직들이 약해지면 자궁탈출증이 발생할 수 있다. 자연분만의 경우, 태아의 머리가 산도를 빠져 나오는 과정에서 자궁지지 인대들이 늘어나게 된다. 또, 골반 가장 밑부분에서 장기들을 받치는 골반저근육을 감싸는 근막이 파열돼 배의 압력이 증가한 경우에도 자궁탈출증이 발생할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아래로 뭔가 튀어나온 느낌이 든다', '뒤를 물로 씻는데 뭐가 만져진다' 같은 증상을 안고 병원을 찾는다. 증상이 굉장히 심한 환자들은 '아래로 뭔가가 튀어나와서 들어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60세 이상인데, '뭔가 튀어나온 느낌이 몇 십 년 전부터 들었지만 이제야 왔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부끄러움 때문에 자녀에게도 말하지 못하다 한참 뒤에 병원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자궁탈출증 역시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 일찍 치료받아야 한다. 뭔가 튀어나온 느낌이 계속될 시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말고 병원에 오는 것이 좋다.
자궁탈출증의 심한 정도는 POP-Q 체계의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특정 골반뼈 부위를 기준으로 정상 위치에서 벗어난 자궁의 위치와 깊이를 측정해 1기부터 4기로 분류한다. 진단은 내진(장이나 여성의 생식기 안에 손가락을 넣어 증세를 보는 진료) 같은 부인과 진찰만으로도 간단히 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의 골반진찰을 포함해 증상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그리고 현재 불편한 증상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증상을 인지하고 찾아올 정도면 많이 진행된 3기 이상인 경우가 많다.
자궁탈출증 치료법은 크게 비수술적 치료법과 수술적 치료법으로 나뉜다.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할 때는 주로 골반저 강화 운동(케겔운동)이나 실리콘으로 만든 동그란 고정 장치를 질에 삽입하는 페사리 시술법을 이용한다. 다만 골반저 강화 운동은 노인들에게는 큰 효과가 없다. 페사리 시술법은 질강이 좁거나 위축성 질염이 있는 여성, 질내 감염이 잘 생기는 여성에게는 좋지 않다. 그리고 3개월마다 소독된 페사리로 교환해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있다.
수술적 방법 중에는 자궁 지지 인대를 보강하는 방법이 효과가 좋고 영구적이어서 많이 시행되고 있다. 과거엔 이 수술을 위해 복부를 절개했지만, 최근에는 단일 복강경으로 자궁을 절제한 후 인조인대를 연결해 골반뼈에 고정하는 질 고정술을 많이 시행한다. 이 수술법을 '단일 복강경하 인조인대를 이용한 질 고정술'이라고 한다. 2박 3일이 지나면 대부분 퇴원할 수 있고,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당뇨, 고혈압 등의 지병이 있는 노인도 이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단일 복강경하 인조인대를 이용한 질 고정술은 영구적이다. 즉, 수술한 부위에는 재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약 5년 후에는 고정부위 외의 곳에서 골반장기탈출증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술 직후에도 조심해야 한다. 자궁 외 다른 골반장기 탈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술 후 최소 1달 동안은 배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쭈그려 앉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의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이전 같이 일상생활을 해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체중 줄이기 등의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 /유성선병원 부인암센터 산부인과 변승원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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