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신건강교육개발원 김홍대 원장(옥천 봉은사 현진스님) |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의 마지막 날 부처님오신날을 맞았지만, '코로나 19'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조계종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불교계에서는 봉축 법요식을 한 달 뒤인 5월 30일로 연기했다.
불교계에서 가장 큰 행사인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은 미뤄졌지만, 옥천 봉은사에는 부처님 탄생을 축하하며, 나와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현진 스님은 이날 약식으로 진행된 법문에서 최근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우리나라 불교는 호국불교를 근간으로 합니다.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앞장서서 목숨을 걸었죠. 과거 서산대사나 사명당도 전란 때 의병을 일으켜 나라의 안위를 도모했어요. 코로나는 국란의 위기와 같은 상황이고, 세계적으로도 전란에 가깝죠. 이럴 때일수록 불교계에서도 뜻을 모아야 합니다. 나라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개인의 신앙보다는 공동체의 안녕을 우선해야 해요"라고 설법했다.
스님은 전염병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힘들고 예민해진 상황을 극복하려는 방편으로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제안했다. 삼시(三施)의 하나인 무재칠시는, 남에게 부처의 가르침을 베푸는 법시(法施), 가난한 사람에게 재물을 베푸는 재시(財施)와 더불어 돈 없이 남에게 베푸는 7가지 보살행을 말한다.
현진 스님은 무재칠시에 대해 "첫째 얼굴에 화색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화안시(和顔施), 둘째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을 의미하는 언시(言施), 셋째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를 대하는 심시(心施), 넷째 호의를 담는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안시(眼施), 다섯째 봉사와 같이 몸으로써 상대를 돕는 신시(身施), 여섯째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좌시(座施), 일곱째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도와주는 찰시(察施)입니다"라며 설명했다.
스님은 무재칠시 중 특히 언시를 강조하면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남을 속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입으로 말하면서 자신이 듣기 때문에 나를 가장 먼저 속이게 됩니다. 그 후에 상대를 속이게 되는데, 막상 상대는 그 말 따위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죠. 결국, 자신만 속이게 되는 꼴이에요"라며 말의 속성을 설명했다.
스님은 법문 끝에 '마음 방역'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무재칠시를 행하려면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덕목이 있는데, 바로 내 마음의 평온함입니다. 지옥 같은 마음으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되면 내 몸만 상할 뿐입니다. 항상 깨어있는 상태에서 방하착(放下着) 하며 나를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진정한 마음 방역이 이뤄질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이생을 마감할 때 어떤 향기를 품어내고 떠날지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합니다"라며 내려놓음을 강조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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