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나 시인 |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다가 손자를 봐주기 위해 올라간 서울에서 10년을 살았고, 이제 여생은 대전에서 '글'을 쓰며 살기로 마음먹었다.
구하나 시인은 2010년 한남대 국문과에 입학해 평생의 소원이던 공부를 하게 됐다. 수능 공부 3년, 대학 4년을 꼬박 공부하면서 참 어렵게도 지켜온 문학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구하나 시인은 전화 인터뷰에서, "딸들에게 책을 얻어보고, 주말이면 서점에 가서 책을 읽었다. 내가 꼭 대학교에 가서 글을 써봐야겠다 싶었다. 남편이 7년 동안 공부하는 나를 옆에서 잘 봐줘 고맙게도 늦은 나이에 졸업도 했고 시집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남대 국문과를 졸업한 구하나 시인은 대전시민대학 시 창작 토요반 'The Poetizen'에서 1년간 쓴 시 60여 편을 묶어 첫 시집을 냈다. 바다 내음 나는 고향 통영, 어부였던 아버지 등 자전적인 추억과 기억을 빼곡히 채워 넣었다
구하나 시인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작은 배를 타고 물고기를 낚았다. 금녀의 구역인 어업에 뛰어들기 위해 남장을 하고 산 적도 있다. 어렵게 살았던 그때의 기억들이 시에 담겼다. 시는 내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되는 건데 초보라서 그렇다"며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팔순의 시인 기억에 통영의 바다는 한과 가난이 일렁이는 아픔이기도 했지만, '낮에는 백진주, 밤에는 흑진주'라고 표현할 만큼 아름답게도 묘사되고 있다.
신익호 한남대 명예교수는 시집의 발문에, "인간은 황혼기에 접어들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귀향에 대한 열망이 간절하다. 어린 시절의 시선을 통해 고향을 체험하려고 노력한다"며 "구 시인은 아버지와 함께 고기를 잡으러 망망 바다 한가운데 닻을 던졌던 소녀 시절의 기억은 지금도 그가 사는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썼다.
팔순에는 꼭 시집을 내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 힘든 10년의 습작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구하나 시인은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며 인터뷰 내내 웃기만 했다.
구하나 시인은 "등단을 했고, 소소하게 작품에 문학지에 실렸지만, 내 이름으로 시집을 낸 건 처음이라 설렌다. 다음에는 수필과 시를 엮은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다"며 "자식과 손주를 봐주며 살아온 내 인생처럼 대단하지 않은 인생도 시를 쓸 수 있다는 희망을 모두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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