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도시공사 유영균 사장 |
철도공사 홈페이지를 보면 대전역이 영업을 시작한 것은 대한제국 고종황제가 통치하던 1905년이다. 그후로 115년이나 되는 세월이 흘렀다. 하루 이용객은 4만명이고 경부선 이외에 충북선 기차도 탈 수 있다.
여기까지는 대전역에 대한 개략적이고 설명이다. 철도공사 홈페이지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도 대전역은 많이 간직하고 있다.
공주로 가려던 기찻길이 유림(儒林)들의 반대 때문에 대전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비공식 역사가 그렇고 6.25 당시 딘소장 구출작전, 4.19 때 민주화 시위, 6월 항쟁 등 현대사의 고비마다 대전역은 그 중심에 있었다.
작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원도심의 한 식당을 방문해서 대전에 유독 칼국수집이 많은 연유를 묻자 허태정시장은 미국이 원조한 밀가루가 철도교통이 발달한 대전에서부터 전국으로 공급됐고 자연스레 밀가루 음식인 국수가 대중화 됐다며 칼국수와 대전역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대전역부터 목척교를 거쳐 옛충남도청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둔산개발 이전까지 대전의 최고 번화가였다. 지금은 많이 쇠퇴했지만 명칭만은 과거의 영광이 담겨있는 중앙로(中央路)다.
2005년말에 대전역관통도로가 개통되면서 100년간 분리됐던 대전의 동서(東西)가 연결 됐지만 쇠퇴의 길로 들어선 원도심에 활력을 되찾기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후로 대전의 중심축은 서구와 유성구 등 신흥개발지구로 옮겨 갔고 일부 남아있던 원도심의 관공서와 금융기관마저 충남도청을 따라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대전역 인근은 중심상권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대전역 인근은 대전뿐 아니라 금산, 옥천, 보은 등 충남북 시군민까지 유인하는 충청도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이었다. 금은방과 양복점이 즐비했었지만 지금은 초라한 헌옷가게들이 대전역 상권의 오늘을 말해주고 있다. 그만도 못한 대전역 좌우 원도심 지역의 낙후는 말할 것도 없다.하지만 이제 대전역을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구체적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원도심을 중심으로 혁신도시가 지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오랫동안 진전이 없던 역세권개발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국토교통부장관, 대전시장, 도시공사와 LH공사 사장 등 관계자들이 대전역 부근의 쪽방촌을 정비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공동발표회를 가졌다.
대전도시공사는 이번 쪽방촌 도시재생사업에서 행복주택 등 공동주택건설을 LH와 공동으로 추진하게 된다. 원주민들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한 다음에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재개발에 따른 부작용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대전역 쪽방촌은 영등포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쪽방촌으로 6.25전쟁의 와중에 피난민들이 모여들면서 생성됐고 이후로도 경제성장의 혜택이 미치지 않은 산업화의 그늘로 남아있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대전역 인근의 쪽방촌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의 정책에 대전시와 동구의 강력한 쪽방촌 정비의지가 더해지면서 마침내 사업추진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지역 거주자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인 수급자 계층이면서 연로한 분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활의 기회도 주어지는 진짜 도시재생사업이 돼야만 하겠다.
대전역 쪽방촌 정비사업이 주거복지와 원도심 상권 활성화까지 도모하는 도시재생의 모범답안이 돼 슬픈 사랑 이야기가 아닌 흥겹고 신나는 신(新)대전블루스가 불려지기를 기대해 본다./대전도시공사 유영균 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