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6강 빈자일등(貧者一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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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6강 빈자일등(貧者一燈)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4-2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본 -GettyImages-jv11995882
제16강 빈자일등(貧者一燈) : 가난한 사람이 바친 (보잘 것 없는) 등(燈) 하나!

이틀 후인 30일은 부처님 오신 날(음력 4월 8일 석가탄신일)이다.

석가모니는 기원전 560년경에 북인도의 한 왕국(가비라)의 왕자로 태어났다. 그는 29세가 되던 해에 깨달음을 얻고자 출가하였고, 그 뒤 6년 동안의 고행 끝에, 보리수 아래서 명상에 잠기어 마침내 큰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었다.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은 후 45년 동안에 걸쳐 설법과 교화를 통하여 세상의 중생(衆生)을 구하려 모든 노력을 다 하였다.



이날 우리나라에서는 석가탄신 기념법회와 관욕(灌浴)이라 해서 아기 부처님 상(像)에 물을 붓는 의식을 행하고, 갖가지 연등을 달아 부처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를 병행(竝行)한다.

貧(가난할 빈), 者(사람 자), 一(한 일), 燈(등잔 등), 賢愚經(현우경) 貧女難陀品(빈녀난타품)에서 볼 수 있다. 이 고사는 우리 삶에 물질이 크고 많음보다 정성이 중요함을 깨닫게 한다.

부처님이 아합세왕(阿闔世王)의 초청을 받아 궁궐에서 설법을 마치고 밤이 되어 기원정사(祇園精舍)로 돌아가려 할 때, 왕은 길에 수만 개의 크고 밝은 등불을 밝혀 공양하였다.

이웃 코살라국의 사위(舍衛)라는 동네에 난타(難陀)라는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그 여인은 구걸(求乞)로 겨우 목숨을 이어 갈 정도로 가난했다. 다음날 석가모니가 자기가 살고 있는 사위성(舍衛城)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살라국의 파세나디왕과 모든 백성은 등불공양(供養)을 올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난타는 비록 가난하였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尊貴)한 분에게 등불 공양을 올리기 위해 거리에서 하루 종일 구걸해 얻은 돈 두 닢을 들고 기름집으로 달려갔다. 기름집 주인은 여인의 갸륵한 마음에 감동되어 기름을 갑절이나 주었다. 난타는 기쁨에 넘쳐 등(燈) 하나에 불을 밝혀 석가모니께 바쳤다.

어느덧 밤이 깊어 가고, 그날따라 세찬 바람이 불어 다른 등불은 다 꺼졌으나 난타의 등불만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등불이 다 꺼지기 전에는 석가모니가 잠을 자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시자(侍子)인 아난타(阿難陀)가 가사(袈裟)자락으로 등불을 끄려 하였으나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

이때 석가모니(釋迦牟尼)가 아난에게 말했다.

"아난아, 부질없이 애쓰지 말라. 그것은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한 여인의 넓고 큰 성원(聲援)과 정성(精誠)으로 켠 등불이니 결코 꺼지지 않으리라. 그 등불의 공덕(功德)으로 이 여인은 앞으로 30겁(劫) 뒤에 반드시 성불(成佛)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수미등광여래(須彌燈光如來)'라 할 것이다."

이에 부처님은 난타의 정성스런 마음을 알고 그 후 그녀를 비구니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우리는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물질보다는 정성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달을 수 있게 하는 말이다.

모든 불꽃의 광채(光彩)와 광명(光明)은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더욱 밝게 빛나는 등불은 등불의 기름과 심지가 오염되지 않고 순수(純水)했을 때라고 한다. 사람의 마음도 오염되어 있으면 빛이 나지 않는다. 반대로 사람의 마음이 청정하다면 밤하늘의 보름달처럼 빛남을 볼 수 있다.

번뇌로 가득 찬 어둠의 세계를 부처님의 지혜로 밝게 비춰 준다는 연등(燃燈). 부처님 오신 날 등불을 내 거는 것은 어둠과 번뇌를 물리치고 영원한 진리의 광명을 밝힌다는 뜻이다.

부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물질의 크고, 많음이 아니다. 적지만 정성을 다하느냐이다. 가진 자의 크고 찬란한 백 개의 등불보다 가난한 자가 정성으로 바치는 하나의 등불이 더 큰 빛이 발현되는 것이다.

어찌 저 연등(燃燈)만 그러하겠는가! 세상 일 모두가 그렇다. 가진 게 없어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지극정성으로 마음을 다하는 것. 그것이 오히려 큰 울림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가난하다고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요, 없다고 뒤로 물러설 일도 아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상황과 여건에 따라 정성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저 연등이 밝혀주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교훈이다.

이 고사에 왕과 귀족들이 밝힌 화려한 등(燈)은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꺼졌는데 가난한 여인이 밝힌 불은 외관상 보잘 것 없는 평범한 등불에 불과했지만 거기에 담긴 정성이 너무 지극하고 진실(眞實) 되어 그 등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마음의 등불'이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 "정성(精誠)을 기름으로 삼아 밝힌 등불이니 바닷물을 기울여도 끄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씀이 연유가 되어서 사람들의 어두운 마음을 밝히는 지혜(智慧)의 상징물로 '부처님 오신 날' 등불을 밝히는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삶이란 어려운 문제들의 연속이며 힘들고 고달픈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 마음이 무명의 어둠에 가려 지혜가 흐려질수록 혼돈과 무질서도 만연하게 된다.

특히 현대인들은 개인의 이익과 탐욕에 목 말라하고 일부 사람들과 단체들은 크고 화려한 외관상의 모습을 나타내려고 온갖 비리와 부정에 눈이 멀어있다. 무지와 번뇌로 가득 찬 우리의 마음을 부처님의 지혜로 밝게 비추어야 한다. 자비(慈悲)한 마음과 따뜻한 눈길로 소외(疏外)된 이웃, 고통 받는 이웃과 상생(相生)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혼돈과 무질서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각자의 마음에 '지혜의 등불'을 밝히는 것이다.

가난한 여인이 밝힌 '마음의 등불'처럼 어리석고 삭막한 우리들의 마음에 밝고 찬란한 지혜의 등불을 밝혀야 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올바른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면 세상의 빛이 되는 참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들 밖을 보려하지 말고 어둡고 그늘진 내 마음, 오직 내 마음을 바로 보아야 한다.

三日修心千載寶 百年貪物一朝塵(삼 일간 마음을 닦아도 천 년의 보배요 백 년 동안 물건을 탐하여 모은 재산은 하루아침의 티끌과 같음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어렵고 힘들다. 이럴 때 부처님오신 날을 맞으니 따뜻하고 밝은 빛이 온 세상에 고루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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