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 |
충청은 물론 영호남, 강원 등 지역별 세(勢) 대결 양상 속에 지역 정치권의 대응이 다소 미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국책사업의 경우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남은기간 역량결집이 시급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충북도 등에 따르면 '초정밀 거대 현미경'으로 불리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신소재는 물론 바이오, 생명과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약개발 등에 널리 쓰이는 최첨단 실험장비다.
이를 유치하면 지역 생산 유발효과 부가가치 유발효과 2조 4000억원은 13만 7000여 명의 고용 창출효과가 기대된다. 전국적으로 유치경쟁이 뜨거운 이같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구축을 목표로 전국 시·도를 대상으로 유치계획서를 받았는 데 충북 청주(오창)를 포함해 전남 나주, 경북 포항, 강원 춘천 등 4곳이 경쟁하고 있다.
충청권의 명분은 충분하다. 전국 어디서든 2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고, 반도체와 바이오, 에너지, 소재·부품 등 방사광 가속기 활용 기업이 집적해 있다.
인근 대전엔 우리나라 과학기술 메카인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다. 이곳에는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38개 정부 출연연은 물론 인근 75개 대학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단단한 암반의 지질학적 안정성, 고속도로·고속철도·공항 등 탄탄한 교통인프라도 장점이다.
정부는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4곳을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벌여 조만간 1~2순위를 가린다. 이어 다음달 7일에는 2개 지역에 대한 동시 현장실사를 통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유치 후보 도시에선 총력전을 펴고 있다. 특히 호남권에선 정치권의 지원사격이 전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국회에선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민주당 소속 27명과 무소속 1명 등 모두 28명 전원이 방사광 가속기 호남권 구축 건의문'에 서명했다. 민주당 광주시당, 전남도당, 전북도당 등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를 청와대와 과기부 등에 전달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충청권의 경우 4개 시·도 정치권을 아우르는 공조는 사실상 전무 하다시피 하다. 충청권 4개 광역시도의회 의장이 27일 충북도의회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정치적 중량감이 큰 시도당 위원장 또는 지역 국회의원 또는 당선자 공동명의의 건의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일각에선 이같은 부분이 자칫 정부에 방사광 가속기 유치를 위한 지역 차원의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비치지 않을는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주와 다음 주가 사실상 방사광 가속기 유치의 골든 타임인 셈으로 호남과 같은 지역 정치권의 공동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균형발전·지방분권·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공동대위 관계자는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이 과열되는 것을 우려해 지금까지 충청권 4개 시도 정치권의 공동성명 등은 자제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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