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피해자 지키는 법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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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피해자 지키는 법 돼야

원영미 편집부 차장

  • 승인 2020-07-19 23:17
  • 신문게재 2020-04-28 18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원영미
원영미 편집부 차장
평범했던 초등학생 13살 소녀는 생일 선물로 받은 스마트폰으로 장난삼아 올린 '남자친구 구해요'라는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이 글에 수많은 댓글이 달리자 덜컥 겁이 났던 소녀는 장난이었음을 고백하고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독 한 남성이 끈질기게 접근했고, 소녀의 SNS에서 학교.집주소 등 개인정보를 확보한 뒤 협박을 시작했다. 영상통화를 걸어 옷을 벗으라는 등 음란 행위를 시키고, 돈을 자신의 집 앞이나 우편함에 가져다 놓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과 학교에 모든 것을 알려버리겠다면서. 그는 급기야 소녀를 자기 집으로 불러 유린하는 짓 까지 저질렀다. 제발 놓아 달라고 소녀가 애원하자, 너를 대신할 다른 여자아이를 데리고 오면 놓아주겠다고 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가해자가 고등학생이었던 것.

소녀가 엄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나서 가해자인 고등학생은 경찰에 체포됐다. 그의 범죄 혐의는 성추행, 강간, 협박 등 무려 5가지에 달했다. 고등학생이지만 범죄가 중해 형사재판으로 진행되며, 피해자 가족들은 최소 7년 이상 형이 구형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사건은 소년보호 재판으로 이관됐고, 가해자는 전과 기록조차 남지 않는 소년원 보호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이 사건은 시청자의 공분을 샀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언제 다시 돌아와 복수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여전히 떨고 있다. 현재 검찰은 이 판결이 타당하지 않다며 항고한 상태다.



최근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 과연 소년들이 저지른 범죄가 맞는지 믿기 힘들 지경이다. 가장 큰 문제는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것이다. 만 18세인 가해자는 소년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소년원으로 보내지거나, 징역형을 받는다 해도 성인에 비해 형량이 적게 나온다. 제정된 지 50여 년이 넘은 소년법은 수차례 개정을 거치긴 했지만, 처벌이 미약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만 10세 이상~만 19세 미만이다. 이 중 14세 이상~19세 미만은 형사 처벌을 받는 '범죄소년'으로, 만10세~13세 소년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법에 따라 보호조치만 받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된다. 죄질이 아닌 단순히 나이만으로 범죄대상과 형량을 결정짓는 소년법을 폐지하고 처벌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법무부는 최근 성범죄 관련한 법률을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미성년자 의제 강간' 기준연령을 13세에서 16세로 상향하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소년법에 대한 논의도 포함되길 기대한다. 앞서 언급한 13세 소녀는 엄마에게 재판 결과를 전해 듣자 "우리나라 법은 가해자만 신경 쓴다. 피해자는 지켜주지 않느냐"고 법을 원망했다. 피해자를 지켜줄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원영미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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