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발송 시점은 총선 직후인 지난주께로 비례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180석 확보라는 대승을 거둔 이후 자칫 여당이 우쭐거릴 수 있는 시점에서 후배들의 페이스를 조절해 준 것이다.
여의도 안팎에선 21대 국회 전반기 가장 유력한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처럼 든든한 '맏형' 역할을 한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자필편지에는 총선이 끝난 뒤 당선자 신분으로서의 '숙제'와 등원 이후 효율적인 의정활동을 위한 조언이 깨알같이 적혀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회 등원까지 한달 여 남은 시간에 자신을 선택한 지역주민에 감사인사를 잊지 않아야 하며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상임위 신청 준비와 의원연구단체 가입 방법도 세세히 안내했으며 정책형 정무형 등 유형별 보좌진 선택 방법도 조언했다.
초선의원으로서 다소 생소할 법한 후원회 구성과 정치자금 모금 방법 등도 친절하게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편지를 받은 초선 의원들은 박 의원과 의원실을 통해 "의정활동의 디테일한 점까지 챙겨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이 직접 펜을 들어 초선 의원을 챙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년 전 19대 총선과 4년 전 20대 총선 직후 이후에도 초선 의원들에게 직접 편지를 쓴 바 있다. 당시에도 그는 "발언이 끝났다고 회의장을 나가지 말아야 한다". "다른 의원 주장을 경청해 균형감 유지가 중요하다"는 식의 조언을 해줘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박 의원이 이처럼 초선의원을 챙기는 이유는 후배 정치인들의 순조로운 출발을 돕기 위해서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6선을 하는 동안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조언을 해 주는 선배들이 없었던 점을 늘 안타까워하셨다"며 "이제 막 정치의 꿈을 펼칠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펜을 드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박 의원은 민주당이 1당이 된 가운데 당내 최다선(6선) 의원으로 이름을 올려 가장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또 국회 내에서 몇 안 되는 외교통이라는 점과 대야 확정성이 뛰어나 각종 개혁과제를 추진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 중후반 입법부 수장으로 최적임자라는 '박병석 대세론'이 감지되고 있다. 총선 이후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생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만큼 여당 일각에서 차기 국회의장에 대해 경선이 아닌 합의추대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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