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장 |
필자는 지난 2월 28일 자 본 칼럼에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알린 캐나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회사를 소개하면서 이는 캐나다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 캐나다의 누적 확진자 수는 14명에서 3만 8422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2237명에서 1만 694명으로 늘었다. 신규 확진자 수는 캐나다의 경우 하루 약 3000명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수일 째 10명 내외로 급감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의 감염병 위기대응 능력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전 세계의 역할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사태 초반 심각한 위기를 딛고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지만 그래도) 이만큼 빠르게 진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었던 잠재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정부 지침을 잘 준수하는 높은 국민 의식과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희생, 그 노력이 빛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한 공무원들의 노고가 무엇보다 큰 몫을 했지만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준비와 꾸준한 R&D(연구개발) 지원이다.
전 세계는 글로벌화로 인한 무역·여행 증가,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적 변화로 인류를 위협하는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 발생으로 국민 보건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손실을 겪었다. 이를 교훈삼아 정부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해 2010년 '범부처 감염병 대응 연구개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2012년과 2017년 '감염병 걱정없는 건강하고 안전한 국가 실현'을 비전으로 하는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개발 추진전략'을 수립해 추진했다. 특히 2017년 2차 추진전략에서는 국가방역체계와 연계한 감염병 R&D 지원 강화를 목표로 '판데믹(대유행) 감염병 현장대응 기술개발'을 확대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신속한 병원체 감지를 위해 ICT 기술을 활용'하고 '현장적용이 가능한 감염병 진단기법을 의료현장 및 지자체 등에 곧바로 전수'한다는 것인데, 현재 상황을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한 맞춤형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조기 진단,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등 정부 R&D에 기업참여를 확대하고 임상시험 및 제품 허가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제거함으로써 바이오 기업 등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도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러워했던 많은 나라가 코로나19 극복의 모범으로 한국을 꼽으면서 국가 브랜드 가치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 갈 전략 마련을 위해 서둘러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나 감염병 대응을 위해 국가가 10년 이상을 차분히 준비해 온 것처럼 급하게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야 된다고 목소리 내던 것이 몇 년 되지 않았고, 포항과 경주 지진, 그리고 강원도 대형 산불 등 감염병에 버금가는 국가적 재난을 경험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이제 막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지금,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 속에서 그사이 돌아보지 못했거나 미루고 있었던 다른 중요한 국가적 과제들을 차분히 살펴봐야 할 때다. 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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