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인 교육과학부 기자 |
법안의 쟁점 여부를 떠나 어떤 법안이 발의되는 데까진 누군가의 간절한 요구나 필요가 있었을 테다. 모든 법이 처리될 수도 없고 처리돼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각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돼야 하는 게 마땅하다. 과학기술계도 목 빠지게 처리를 기다리는 법안이 산적하다. 부처별 산적한 국가 연구개발(R&D)의 체질 개선을 법제화하는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특별법) 제정을 비롯해 정부 출연연 연구자의 정년 연장, 연구 부정행위 처벌 규정 등 여러 내용을 담고 있는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특별법은 지난달 상임위 심사를 넘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상태며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은 15개 법안 중 2개 법안을 제외하곤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밀집한 정부 출연연과 관련해 '과학기술출연기관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출연연 원장 선임 과정서 연구기관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비롯해 여성을 위한 위원회 설치, 전년도 사업예산의 의무 출연금 지급, 연구회에 출연연 전담 감사기구 설치 등 출연연 운영과 발전에 필요한 의견이 담긴 법안이다. 다행히 수차례 승격 필요성이 제기된 한국핵융합연구소와 한국재료연구소는 연구원 승격을 위한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 심사를 기다리는 상태로 타 법안보단 처리 가능성이 크다. 12개 법안은 여전히 상임위 심사 중이다. 과학기술계의 숙원도 해결을 바라고 있다. 과학기술인의 명예를 높일 수 있는 '과학기술유공자법' 개정을 통해 혁혁한 공이 있는 과학기술인의 이름을 딴 기관이나 건물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내용이 발의돼 있지만 역시나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과학기술유공자 국립묘지 안장을 위한 '국립묘지법' 개정도 형편은 같다.
과학기술 관련한 법안만 해도 나열하기 힘들 정도인데 타 분야 법안까지 포함하면 남은 20대 국회 기간 의원들이 매일 밤잠을 반납해도 모자랄 판국이다. 이중 얼마나 처리될진 모르겠으나 지난 19대 국회가 20대 총선 이후 열린 임시회에서 법안 129건을 처리한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1만 개 넘는 법안의 자동 폐기는 뻔한 수순이다. 그래도 절망할 순 없다. 적어도 과학기술인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한 이들만큼은 끝까지 과학기술 관련 법안 처리에 집중해야 해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20대 국회의 시간이 결코 평온하지 않았지만 그 끝까지 지리멸렬하진 않길 바란다. 임효인 교육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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