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아 지음│민음사
3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애인을 잃은 정아는 여전히 그 기억에 몰두해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언니에게 엄마의 건강검진 결과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이십 대의 마지막 해, 아직 애인의 죽음조차 납득하지 못한 정아는 그렇게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의 보호자 역할을 받아들인다.
세상 모든 인연이 언젠가 이별을 마주하게 된다는 하나의 명제는 그 속도와 온도에서 무한한 다름을 보인다. 느닷없고 데일 것처럼 아팠던 애인과의 이별과 달리, 정아가 엄마와 겪는 이별은 느리고 미지근하다.
엄마를 잃어가면서 느끼는 엄마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망'은, 몰랐던 그를 알게 되는 기쁨을 주는 동시에 이제 와 달라질 게 없다는 슬픈 무력감을 동반한다. 또한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으면서도 번번이 무뚝뚝해지는 자신을 깨닫게도 한다. 엄마가 아프니까, 라는 이유로 숨기거나 참을 수 없는 지저분한 감정들이 널브러진다.
책 속에서 마주하는 못나고 무른 마음은 솔직해서, 수많은 이별을 겪게 될 독자에게 오히려 다른 어떤 말보다 큰 위로를 전한다. 그 위로는 이별만큼 필연인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잘해 내는 방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우리에게 동행의 손을 내민다. 김초엽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언제나 상실의 고통을 가져"오는 "사랑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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