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코로나 블루와 ‘마음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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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코로나 블루와 ‘마음방역’

  • 승인 2020-04-21 14:02
  • 신문게재 2020-04-22 18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한세화인물사진-소
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며칠 전 외출을 하려고 현관 앞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뭔가 허전했다. 휴대전화, 자동차 키, 시계까지 찼는데도 느낌이 이상했다. 마스크 챙기는 걸 잊었다는 사실을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가서야 알아차렸다. 그냥 출발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가려니 귀찮아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벗은 몸'으로 겪을 민망함과 불편을 생각하면 마땅히 돌아가야 했다. 코로나 위기는 이제 현상을 넘어 우리의 '무의식'까지 관여하기에 이르렀다. 국가 차원에서도 감염병 확산에 맞서 '진돗개 상황'에 준하는 방어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엔 양면이 존재하는 법, 국내 감염증은 발병 두 달여 만에 한 자릿수로 확산세가 꺾였지만, 타의적 '고립형 인간'으로서 느끼는 심리적 피로감과 마음의 병은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인간은 사회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게끔 조립된 생명체다. 그야말로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7명은 코로나로 인해 '우울·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조사에서는 성인 54.7%가 코로나 이후 고립감, 건강염려, 무기력 같은 심리적 이상증세를 겪었다는 결과치도 있다. 일명 '코로나 블루'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외로움과 우울감, 불안감 등의 부정적 감정을 호소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코로나 위기를 두고 전문가들은 '심각과 완화'를 반복하며 장기화 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대면 접촉 대신 온라인 접속을 늘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부작용을 '심리적 다가서기'로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 적절한 운동과 수면을 유지하고, 즐거움을 느낄만 한 취미를 가지라고 한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치유하기 위해 '명상'을 권장하는데, 그 효과는 이미 수많은 실험과 논문을 통해 입증됐다. 명상은 스트레스로 인해 항진된 교감신경 작용을 억제하고 근육 이완을 유도해 몸에 좋은 호르몬을 분비시켜 면역력 증강을 돕는다.

에이즈 원인인 HIV바이러스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뤽 몽타그니에(Luc Montagnier)는 "건강한 사람의 면역력은 HIV도 물리칠 정도의 강력한 힘이 있다"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인 빌 게이츠도 최근 명상을 시작하며 "우리가 잊고 살아온 중요한 교훈들을 일깨워주기 위해 바이러스가 주어졌다"라고 했다. 명상을 통한 '마음방역'은 바이러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취해야 할 행동지침일지 모른다. 명상은 '내면의 고요'다. 내면의 고요만이 불안이나 두려움과 같은 거친 에너지를 근원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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