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5강 우승정승(牛乘政丞)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5강 우승정승(牛乘政丞)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4-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5강 우승정승(牛乘政丞) : 소를 탄 정승

우여곡절 끝에 제 21대 국회위원 선거가 마무리 되었다. 이제 새로운 밝은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고장(충청도)의 멋진 정치가 한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선 초기의 문신 맹사성(孟思誠)은 황희(黃喜)와 함께 조선 최고의 재상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맹사성은 1360년 7월 17일 수문전제학 맹희도(孟希道)의 맏아들로 온양(溫陽)에서 태어났다. 자(字)는 자명(自明), 호(號)는 고불(古佛)이다.

본 이야기는 해동명신록(海東名臣錄)에 그 출전을 확인 할 수 있다. 이 고사는 재상이라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소탈하면서 겸손하고, 청렴하며,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하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쓴다. 글자는 牛(소 우), 乘(탈 승), 政(정사 정), 丞(정승 승, 도울 승)이다.



이야기를 요약해본다.

수재(秀才)였던 맹사성은 열아홉 살에 장원급제하여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郡守)가 된다. 그는 기고만장(氣高萬丈)하여 고승(高僧)을 찾아갔다.

맹사성은 "스님이 생각하기에 군수로서 지표로 삼아야 할 좌우명(座右銘)에 어떤 것이 있습니까?"

고승이 대답하길 "나쁜 일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하면 됩니다."

맹사성은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입니까?"라고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고승은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런데 스님은 잔이 넘치는데도 계속 찻물을 들이부었습니다.

맹사성이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고승이 점잖게 "찻잔이 넘쳐 바닥을 적시는 것은 아시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당황한 맹사성은 부끄러움에 황급히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문을 나가다 방문 상단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그때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고개를 숙이면 매사 부딪치는 법이 없지요."

그 이후로 맹사성은 겸손한 마음으로 선정을 베풀어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고 한다.

조선 세종(世宗) 때 좌의정에까지 올랐던 맹사성이 온양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길을 떠났다.

그는 워낙 소탈한 성품이라 번거로운 행차 대신에 소를 타고 시동(侍童)에게 고삐를 잡게 하여 단출하게 길을 나서니 영락없이 시골 노인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온양에서 가까운 고을의 사또들이 서울에서 정승(政丞)이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길목에 나와서 차일(遮日)을 치고 성대하게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때가 지났는데도 정승의 행차는 나타나지 않고 소를 탄 한 초라한 노인이 지나가는 것이었다.

짜증이 난 사또들이 형방더러 그 노인을 잡아오라고 했다. 형방이 쫓아가자 소를 탄 노인이 말했다.

"온양 사는 맹고불(孟古佛)이라고 하면 사또께서 꾸짖지 않을 걸세!" 형방이 돌아가 노인의 말을 전하자 사또들은 깜짝 놀랐다. 고불(古佛)은 맹사성의 호(號)다.

혼비백산한 사또들이 맹사성을 쫓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을 빌었으나 맹사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황희(黃喜)와는 대조적이었다. 황희가 모든 일에 분명하고 정확하며 강직했다면, 맹사성은 어질고 부드럽고 섬세했다.

그래서 황희가 학문적이고 근엄했다면, 맹사성은 유연하고 너그러우며 예술가적인 인물이었다. 때문에 황희가 병조(兵曹)나 이조(吏曹)의 과단성 있는 업무에 능했다면 맹사성은 예조(禮曹)나 공조(工曹) 등의 업무에 더 능했다.

세종은 쌍두마차와 같은 두 사람의 성향을 고려하여 부드러운 업무는 맹사성에게, 변방의 안정과 육진(六鎭)을 개척하고 사군(四郡)을 설치하는 일은 황희에게 맡겼다.

'겸손(謙遜)'이란 나의 재능과 권위, 장점 등을 낮추거나 양보하여 상대를 이롭게 해 주는 영향력의 표현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으니 문제다. 성공할수록 겸손은 멀어진다.

겸손은 영어로 Humility이다. 어원은 Humus(흙을 뜻하는 토양)이다. 낮은 땅의 위치에서 만물을 길러내 상대를 이롭게 하는 위대한 행위에서 겸손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5-장상현-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2.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3.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4.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5.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1.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2.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새출발… 기관 정체성·비전 재정립
  3. 지명실 여사, 충남대에 3억원 장학금 기부 약속
  4. 재밌고 친근하게 대전교육 소식 알린다… 홍보지원단 '홍당무' 발대
  5. '선배 교사의 노하우 전수' 대전초등수석교사회 인턴교사 역량강화 연수

헤드라인 뉴스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첫 선거인 4·2 재·보궐 선거 날이 밝았다. 충청에선 충남 아산시장과 충남(당진2)·대전(유성2) 광역의원을 뽑아 '미니 지선'으로 불리는 가운데 탄핵정국 속 지역민들의 바닥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재·보궐에는 충남 아산시장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5명, 충남·대전 등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교육감(부산) 1명 등 23명을 선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전은 탄핵 이슈가 주를 이뤘다. 재·보궐을 앞..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일치’이면 이유의 요지를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을 낭독한다. 헌법재판소의 실무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 명시된 선고 절차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 주문 먼저 읽은 후에 다수와 소수 의견을 설명하는 게 관례지만, 선고 순서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어 바뀔 수 있다. 선고 기일을 4일로 지정하면서 평결 내용의 보안을 위해 선고 전날인 3일 오후 또는 선고 당일 최종 평결, 즉 주문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평결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의견을..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하 소호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문은행 역할을 지향하는 소호은행은 향후 대전에 본사를 둔 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대한민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 3색의 봄 3색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