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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라디오로 들었던 네나의 '99개의 풍선'을 이 영화에서 들을 줄이야. 서독의 혼성그룹 네나. 80년대 초 '99 Luftballons'를 독일어로 들었는데 사정없이 혀를 굴리는 영어로 된 팝송을 듣다가 히틀러의 침 튀기는 말소리같은 딱딱한 노래를 듣는 게 영 어색했다. 그때 고등학생이었던 난 제목이 '99개의 풍선'이라고 디제이가 소개해 가사 내용이 궁금했다. 99개의 풍선이라.... 나중에야 동서 냉전이 치열한 시대, 99개의 풍선을 동독 창공에 날려 보내는데 동독에서 유에프오로 오인하고 사격해 전쟁 위기에 빠진다는 간담이 서늘하지만 재밌는 내용이다. 고교시설 무수히 듣던 노래가 지금도 종종 생각나고 찾아 들었지만 '99개의 풍선'은 이상하게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늦은 밤 우연히 본 영화에서 이 노래가 소환됐다. 눈물겹게 반가웠다. 샤를리즈 테론의 통쾌한 액션과 향수어린 음악 네나의 '99개의 풍선'. 봄밤의 큰 수확이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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