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욱 대전대 일반대학원 융합컨설팅학과 교수 |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도시국가 그리스는 아테네 중심의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 중심의 펠레폰네소스 동맹으로 나뉘어 서로 견제하다가 28년 동안 전쟁이 일어난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은 부유하고 국력이 앞섰던 아테네가 승리할 것이라고 여겼다. 살라미스 해전 당시 모든 것이 파괴되었던 아테네는 스파르타 몰래 성을 쌓고 공성전(攻城戰)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 전쟁기간 중 제1기(BC431~BC421)에 해당하는 10년 전쟁은 의외로 스파르타가 승리한다. 왜일까? 많은 아테네 시민이 성안에 들어오면서 '전염병'이 돈 것이다. 결국 아테네가 백기를 들고 스파르타에 항복을 했던 것이다. 아테네가 선택했던 공성전은 식량부족, 사기저하, 전염병 등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병법이다. 만약, 아테네가 성안에 모인 많은 사람들에 번진 전염병 위험관리를 강화했다면 전쟁의 결과가 바뀌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거 전쟁사에서 존재했던 위험관리 부재는 현재의 정부, 기업, 개인 모두에게 위험관리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준다. 국가를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직면하는 상황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 기업, 개인 모두가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위험관리란 위험정도를 분석, 평가, 통제하는 업무에 대해 관리정책, 절차, 지침 등을 체계적으로 적용하여 정부, 기업, 개인 등을 보호하는 관리를 의미한다. 이해관계자들의 상황에 따라 위험관리가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실행되는 경우도 있고 체계적이지 못해서 낮은 수준의 위험관리가 작동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수준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위험관리 그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
이해관계자별 위험관리에 대하여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정부차원의 위험관리를 살펴보자. 위험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국가적 위험관리는 거시적 관점에서 그 중요성은 누구든지 인지할 수 있다. 국방, 안보, 정치, 경제, 보건, 사회범죄 등 각 분야별로 위험관리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작동을 해야 할 것이다. 국가 보건 위험관리의 예를 들어보자. 코로나 19로 지구촌의 사람들이 공포와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도 전염병 위험관리와 국민보건 안전관리 차원에서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의 시나리오별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기업차원의 위험관리를 살펴보자. 기업 경영활동에는 환율변화, 재무상황의 변화, 소비시장의 변화, 종업원의 이직 등 많은 내·외부 환경의 불확실성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험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 차원의 종합적인 위험관리 계획수립과 함께 위험의 식별, 발생 가능성과 위험 영향력의 평가, 식별된 위험에 대한 대응계획 수립 및 위험 발생에 따른 실행과 사후관리가 종합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1998년부터 13년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했던 핀란드 기업인 '노키아(Nokia)'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전략적 판단 실수와 위험관리 소홀로 몰락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 번째 개인차원의 위험관리를 살펴보자, 개인들도 건강, 재무, 직장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하여 위험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고 검진을 받거나 자격증 취득, 보험을 드는 등 예방·대비 차원의 위험관리 뿐만 아니라 실제 위험이 닥쳤을 때 대응·복구 차원의 위험관리를 함께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들에게 위험관리 자체를 운운하는 것이 사치일 지도 모른다.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은 기업, 노숙자,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는 국가의 지원과 사회의 따뜻한 온정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파산 직전의 기업과 취약한 환경에 처한 개인들도 스스로 노력하면서 위험관리를 할 필요가 있지만 정부 정책에 입각한 지원과 사회적 배려가 무엇보다 소중하고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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