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같이 전염병이 비교적 일찍 전파된 동양의 국가보다 늦게 전파된 서양의 국가들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된 배경에는 전염병에 대응하는 문화와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동서양의 의식 차이는 점점 옅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생활 곳곳의 많은 부분에서 존재하고 있다. 과연 어떤 의식의 차이가 전 세계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피해의 정도를 가름 지었을까?
이러한 피해를 가름 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양은 사람 간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보다는 주변을 살피고 의식하는 것이 습관화됐다. 사람 또한 자연처럼 전체적인 맥락 속에 속해있고, 조그마한 변화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타인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고 나 자신도 타인의 시점에서 보는 것을 '아웃사이더 3인칭 시점'이라고 한다. 동양에서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는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 '이 이러한 관점에서 나왔고 개인보다는 사회를 중요시하는 사고가 생겨났다. 마스크를 쓰는 문제에서도 동양인은 타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것 뿐만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증상에 상관없이 대다수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였다. 또한 재난대응과정에서도 개인보다는 사회를 우선하는 경향을 보여 확진자의 동선공개와 격리조치 등 국가의 재난대응에도 비교적 큰 잡음 없이 협조했다.
반면, 서양은 서로의 연관성보다는 한 개체 즉 '자신'을 어떠한 것보다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항상 개인의 독립성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와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자기중심적 투사를 하고 있고,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원하는 대로 세상을 보는 방식인 '인사이더 1인칭 시점'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려 하는 이유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범죄와 연관됐을 것이라는 문화적 인식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은 가치관, 행복, 목표, 욕구 등으로 이뤄진 한 명의 독립적인 사람으로 자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개인주의적 사고가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마스크를 쓰고 증상이 없으면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마스크를 쓴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도 '마스크를 쓸 정도로 증상이 있고 아픈 사람이 왜 돌아다니는가?'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동양인들을 보면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출을 하여 전염병을 옮긴다고 생각하기에 인종차별적 행동을 하는 상황이 생겼다. 재난 대응과정에서도 개인이 사회보다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확진자의 동선공개와 같은 국가의 통제와 방역조치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아 초기확산을 제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생각한다.
한가지의 사례로 모든 것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환경과 재난을 대응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타인을 좀 더 배려하는 동양적 문화가 서양의 개인주의적 문화보다 효과적으로 보인다. 근대 이후의 역사는 서양 우위의 시대이며 이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19 사태 이후로 무조건적인 '서양 따라가기'가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재고할 필요성이 있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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