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고3이 온라인으로 등교한 지난 9일. 개학 첫날부터 EBS 온라인클래스가 서버 과부하로 먹통이 된 걸 두고 한 대전의 한 공립고 A교사의 반응이다. 온라인 개학을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한다는 교육부 발표가 있던 지난달 31일 A교사는 동료 교사들과 달리 EBS 온라인클래스가 아닌 네이버 밴드를 개설했다. 'EBS 온라인클래스' 가입, 강좌 개설, 화면 메뉴 등 간단한 연수를 받긴 했지만 활용하려고 해도 한계가 컸다.
고등학교 단위수업시간은 50분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EBS 온라인클래스에 영상을 게시하려면 20분 미만으로 나눠야 한다. 용량 400MB 이하, Mp4 파일 형식만 가능한데 올린다고 쳐도 개당 수십 분을 기다려야만 했다. A교사는 개학 전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서버 안정화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자체적으로 네이버 밴드에 영상을 촬영해 올린 뒤 학생들에게 안내했다. A교사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도 고려해봤지만 단기간에 프로그램을 배우기 쉽지 않고 스마트 기기, 집중력 저하 등 현실적인 문제로 동료 교사 단 한 명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교육부의 설익은 정책 발표로 일선 학교의 혼선이 가중됐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사전에 들은 바 없이 뉴스를 통해 온라인 개학 여부를 알게 됐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종잡을 수 없다는 상황상 어쩔 수 없던 면도 있었으리라 보지만 교육 당국이 일방통행 발표를 해왔던 건 사실이다. 교육부는 지난 5일에도 '초등 1·2학년 원격수업 방안'도 스마트기기 활용이 아닌 EBS 방송을 보도록 갑작스럽게 대체하기도 했다. 교육 당국이 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고 혼란만 주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하는 교사들도 많았다.
교육부의 원격 수업 운영안에는 세부적인 지침 없이 학교 여건에 따라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이 남용됐다. 교육 현장에선 자율성을 주는 것이 아닌 책임 전가라고 토로한다. 무리하게 강행한 온라인 개학의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벼락치기로 진행되는 원격 수업의 교육 효과도 의문일뿐더러 과제 제출 위주 수업으로 변질돼 학생들의 하루는 더욱 고단해졌다.
선거 다음 날인 16일은 초등 1~3학년을 제외한 7개 학년이 2차 온라인 개학을 맞는다. 불안정한 원격 수업 플랫폼 불안정 해결하지 못했던 만큼 이날도 곳곳에서 차질이 예상된다.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에 익숙한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학교의 온라인 수업 내용과 학생 관리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올지 모른다. 이미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교사들이 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부모들의 원망이 공교육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온라인 개학도 하루빨리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으면 한다. 전유진 교육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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