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역사(驛舍)와 동고동락 철도관사촌 "과거를 살려야 미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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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역사(驛舍)와 동고동락 철도관사촌 "과거를 살려야 미래가 산다"

  • 승인 2020-04-16 08:26
  • 수정 2020-05-07 15:32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중도일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추진하는 '지역민참여보도지원'에 충청권 종합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됐다. 이에 본보는 대전 출신의 이강산 사진작가와 함께 대전의 재개발과 재건축사업 등 정비사업 예정지의 현재 모습을 월 1회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1회 소제동 철도관사촌을 시작으로 모두 8회에 걸쳐 철거 위기에 놓인 우리 동네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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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소제동 철도관사촌-1

인간의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한 문명 건설은 기존의 문명적 질서와 가치를 부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원시적 자연에서든 당대의 인류가 이룩한 문명에서든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나 확장은 예외 없이 동일한 과정을 밟았다. 그것은 불행하게도 대개 파괴의 형태로 나타난다. 인류의 역사를 두고 볼 때, 파괴와 건설은 그 정당성을 떠나 불가분의 관계다. 그것은 오늘까지 인류를 이끌어온 모순의 수레바퀴인 셈이다.

동시대로 눈을 돌려보면 파괴와 건설의 동행은 더욱 확연해진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70년대 이후, 낙후된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철거재개발은 오늘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어제의 일처럼 오늘 벌어지고, 다시 내일도 계속되는 철거재개발 사업은 그 안팎에서 적잖은 문제가 파생된다. 자연과 문화유산의 훼손. 삶의 터전 상실. 전통의 단절과 국적 불명 문화의 무분별한 유입. 부의 축적을 도모하는 자본주의적 위선과 이기적 욕망. 이미 반세기 가까이 지속했음에도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인문학적 사고의 결여에서 찾을 수 있다고 여긴다.

물질적 부의 축적과 문명의 혁명적 발달로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일 뿐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삶은 물질문명만으로 영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는 인류의 역사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파괴와 건설이 반복되는 사이 인간성 상실의 위험은 매 순간 퇴적층처럼 쌓이고 있다. 환경 파괴와 전염병 등으로 지금 이 시기에도 전 인류가 공포와 두려움에 직면하고 있지 않은가. 인류의 미래를 저해하는 과학 문명적 경향성에 대한 경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강화할 이유가 거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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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치와 문명 창출의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원론적 방법을 다시 강조하자면, 낡고 늙은 '원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원형은 문명뿐만이 아니라 당연히 자연도 포함되는데, 원형의 부정이 문명 창출과 발달의 전제라는 모순에도 불구하고 원형은 모두 파괴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거쳐 미래의 시공간에 생존하게 될 인류의 문화유산과 전통적 가치의 대상이다. 눈앞의 물질적 풍요로움보다 미래의 정신적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파괴와 건설의 당위성이 거기 있다.



지금 우리는 무엇보다 전통적 가치와 질서를 살피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의 청사진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가치를 위해 유의미한 기존의 가치와 질서는 적극적인 보존과 선별적 파괴가 필요하다. 우리 주변의 마을 단위 소규모 주거환경개선사업조차도 그와 같은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한반도의 동맥처럼 대전을 관통하는 경부선 철도. 그리고 대전 역사(驛舍)와 동고동락한 '철도관사촌'의 경우는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과거를 파괴하고 죽이면 미래도 죽는다. 과거를 살려야 미래가 살고, 사람이 산다.

시민사진전문기자=이강산(시인·소설가·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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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산(시인·소설가·사진가)은
「휴먼 다큐」 아날로그 흑백사진개인전 5회 개최
휴먼 다큐 흑백사진집 『집-지상의 방 한 칸』
장편소설 『나비의 방』 외. 흑백명상사진시집 『섬, 육지의』 외
현재 중앙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순수사진전공) 재학. 한국작가회의 회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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