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4강 목계지덕(木鷄之德)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4강 목계지덕(木鷄之德)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4-14 09:3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4강 : 木鷄之德(목계지덕) : 나무로 만든 닭의 덕

현대 사회는 첨단 과학의 시대로 하루만 지나도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바뀌고 있다.

특히 전자제품이나, 통신시스템, 로봇, 인공지능 등의 발전은 눈이 부실정도이다. 이처럼 과학의 발전에 비례하여 우리의 일상생활은 매우 신속하고 편리해졌다.

반면 양심, 인내, 관용, 겸손 등 인간이 갖는 기본적 가치는 점차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고사(故事)를 통해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들여다보자.



그중 목계지덕(木鷄之德)은 木(나무 목), 鷄(닭 계), 之(어조사 지), 德(덕 덕)자(字)로 구성되어 있고, 장자(莊子)의 달생편(達生篇)에서 읽을 수 있다.

특히 '목계지덕'은 자신의 감정을 완전하게 통제하면서, 그 감정을 상대방에게 노출시키지 않는 안정된 마음(平常心)을 유지하는 한 차원 높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비유한다.

기원전 8세기경이다.

주(周)나라의 선왕(宣王)이 투계(鬪鷄)를 몹시 좋아하여 뛰어난 싸움닭을 구해서 기성자(記性子)라는 당시 최고의 투계(鬪鷄) 사육사를 찾아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최상의 투계(鬪鷄)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닭을 맡긴지 10일이 지난 뒤 성질이 급한 선왕(宣王)은 기성자(記性子)를 찾아가서 물었다. "닭이 충분히 싸울 만한가?" 기성자(記性子)가 대답하기를 "아닙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닭이 강(强)해지긴 하였으나 교만(驕慢)하여 아직 자신이 최고인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 교만을 버리지 않는 한 최고의 투계라 할 수 없습니다." 선왕은 실망한 마음으로 돌아갔다.

다시 열흘이 지났다. 선왕(宣王)이 또 물었다. 기성자(記性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직 멀었습니다. 이제 겨우 교만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의 소리와 그림자에도 너무 쉽게 반응(反應)합니다.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진중(鎭重)함이 있어야 비로소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선왕은 혀를 차며 다시 돌아갔고, 10일이 지난 후 선왕(宣王)이 묻자 기성자(記性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조급(躁急)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攻擊的)입니다. 그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려야 합니다." 선왕은 호통을 치고 재촉하였다.

그 후 열흘이 지난 뒤 기성자(記性子)는 "이제 된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완전한 마음의 평정(平靜)을 찾았습니다. 나무와 같은 목계(木鷄)가 되었습니다. 닭의 덕(德)이 완전해졌기에 이제 다른 닭들은 그 모습만 봐도 도망갈 것입니다." 드디어 최고의 투계가 완성된 것이다.

장자(莊子)가 이 고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최고의 투계(鬪鷄)는 바로 목계(木鷄)이다.

나무로 깍은 닭은 감정도 없고, 욕심도 업고, 자신의 모습만 의연(毅然)히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자신이 제일이라는 교만함도 없고, 남의 위협(威脅)에 쉽게 반응하지 않으며,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는 목계(木鷄)는 사람으로 말하면 완전한 자기 극기(克己)를 통해 높은 내공을 이룬 사람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목계(木鷄)가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있다.

1. 자신이 제일이라는 교만함을 버려야 한다. 자신이 최고라고 으시대는 사람은 하수이다.

2. 남의 소리와 위협에 쉽게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하면 쉽게 반응하고 화를 내는 사람 또한 하수이다.

3.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려야 한다. 누구든 싸우고 경쟁하려고 하는 사람은 하수이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광채와 능력을 상대방에게 드러내지 않기에 그 빛은 더욱 빛날 수 있고, 목계(木鷄)처럼 자기감정(自己感情)의 평정(平靜)을 유지할 수 있기에 남들이 쉽게 도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목계지덕(木鷄之德)'은 '경청(傾聽)'과 함께 삼성(三星)을 창업한 고(故) 이병철(李秉喆) 전 회장이 아들 이건희(李健熙) 현 삼성그룹 회장에게 가르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 이병철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에 입사한 첫날 '경청(傾聽)'이라는 휘호(揮毫)를 적어주면서, 벽에 걸어 두고 매일 읽으며 마음에 새기게 하였다고한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목계지덕의 교훈은 타인을 최대한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은 절대로 경거망동(輕擧妄動)하거나 망령(妄靈)되게 행동하지 말 것과, 타인의 실수나 약점에 대해서 공격하지 말고, 자신의 성과나 성공에 대해서는 절대 자랑하거나 교만하지 말라는 것 ?이다.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통제할 줄 알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매서운 눈초리를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근접할 수 없게 하는 매서움을 지닌 사람이 ["望之似木鷄, 其德全(보기에 흡사 나무로 만든 닭과 같으니, 그 덕이 완전하다. - 장자 -)"] 목계의 덕을 지닌 사람인 것이다.

성웅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 임할 때의 자세와 명령을 보면 목계지덕을 보는 것 같다.

勿令妄動 靜重如山(함부로 움직이지 말라. 정중하기를 산같이 무겁게 행동하라), 이 말은 1592년 5월 7일. 임진왜란 중 처음으로 출전한 옥포해전(玉浦海戰)을 앞두고, 경상 좌?우 수군(水軍)과 육군(陸軍)의 패배 소식으로 긴장하고 당황한 군사들에게 전투에 대한 세부사항을 지시한 후, 전쟁에 대한 공포심과 전투경험 부족을 극복하고 전장(戰場)에서의 여유와 냉철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말씀이다. 이는 충무공의 평정심을 잘 나타내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 현대인… 그로 인하여 교만, 편견, 비방, 모함, 비양심등이 넘치는 세상, 목계의덕(木鷄之德)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깊이 생각해 볼 여유는 없는 것일까?

장상현 /인문학 교수

5-장상현-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